[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확인된 것에 이어 이번엔 새누리당이 국정원을 동원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빼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명백한 관권 선거로 대선 공정성 논란이 예상된다.
박근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은 26일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대화록을 다 입수해 읽어봤다"고 고백해 파문을 일으켰다.
주중대사로 나가 있는 권영세 전 박근혜 캠프 종합상황실장도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같은 날 공개한 녹취록에 의해 대선 전인 지난해 12월10일 지인에게 "NLL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 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가 최고기밀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대선 전 새누리당이 불법으로 유출했다는 새로운 의혹은 사실일 공산이 커보인다.
김 의원은 대화록 사전 입수 사실을 밝히며 "대선 당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쭉 읽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비가 내린 지난해 12월14일 부산 서면 유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측의 대변인·변호인 노릇을 했다", "제일 큰 문제는 미국", "NLL 문제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 "작전계획 5029'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했다고 연설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이 읽은 문건에 담긴 내용은 지난 24일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공개했다는 대화록 발췌본 및 원본의 내용과 완벽히 일치하고 있다.
권영세 주중대사 녹취록을 공개한 박범계 의원도 권 대사의 NLL 발언과 관련, "대화록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미 불법·무단으로 유출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여러 사람들이 기밀자료를 봤으며 공유했음이 분명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이 대통령기록물인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것도 위법성이 짙은 마당에, 새누리당이 진작부터 아무 법적 근거없이 무단으로 대화록을 불법 입수했다는 뜻이 된다.
아울러 지난 대선 전 새누리당이 정문헌 의원을 필두로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을 자신만만하게 점화시킨 것도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일 경우 향후 정국은 불법성 시비를 넘어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을 정도로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또한 김무성 의원의 고백 중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협조를 안 해줘서 결국 대화록 공개를 못했다"는 부분은 관권선거 논란을 자초했다.
새누리당이 '노무현 NLL 포기 의혹'을 대선 정국에서 활용하기 위해 국정원을 압박, 사실상 관권선거를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박범계 의원도 "원세훈 전 원장이 임명된 직후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대화록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내용이 (권영세 녹취록에) 나온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폐지한 국정원장 독대를 부활시켰으며,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원 전 원장이 부임한 2009년 2월 이후 4년 내내 국내 정치에 관여해왔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직후 노 전 대통령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자 '다음 아고라' 등에 비판적인 내용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작성한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실상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이번에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한 지난 대선 개입 사건까지 정부와 국정원, 새누리당이 공모해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짓밟아온 정황이 짙은 셈이다.
이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종교계, 대학가 등에선 "대선 무효"를 외치는 목소리와 함께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시국선언과 장외 촛불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기된 것만으로도 기가 막힌 여러 의혹과 일부 드러난 사상 초유의 대선 개입 국기문란 사태로 인해 지난 대선이 공정했었는지 여부가 시비를 가려야 할 상황으로까지 전개될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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