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중진들의 국정원 개혁론..'대선개입 인정'인가
개혁 주장은 정치개입 사실 시인 의미..차별화 행보 신호탄 해석도
2013-07-03 18:44:32 2013-07-03 19:04:26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3일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이 국가정보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몽준·이재오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국정원 개혁을 요구했다.
 
정 의원은 "국정원을 이렇게 망가진 상태로 방치할 수는 없다"면서 "근본적 개혁방안을 마련해 제대로 된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서 초당적 국정원 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제대로 된 개혁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그래서 국정원이 다시는 정치적 추문에 휩싸이는 일이 없도록 하고, 국가안보의 중추적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전념토록 해야 한다"며 국정원 개혁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 의원 역시 "당도 말로만 국정원 개혁을 주고받지 말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국정원의 국내정보파트, 국내정치정보, 국내정치에 개입한 것, 정부 각 기관에 국정원이 들락날락 거리는 것, 쓸데없는 정보수집 하는 것이 나라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적어도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국내정치파트는 해체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야당이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집권여당이 국정원의 국내정치파트는 해체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국정원의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중진들의 이같은 개혁론은 국정원이 대선 등 국내정치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난 후 처음으로 나온 내부 비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댓글사건 시작부터 물타기용로 터져나온 NLL 공방, 그리고 국정원의 대화록 기습공개 등 그간 이슈가 폭발하는 격동의 국면에서 국정원을 비호한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이렇다할 '쓴소리'가 없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쓴소리가 그간 나오지 않은 이유는 국정원을 비난하는 것이 곧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인정하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받는 처지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대선개입을 인정하는 의미의 국정원 비판은 곧 새누리당 구성원으로서의 정치적 생명 종료를 뜻했다.
 
그런 와중에 국회가 표결을 통해 대화록 원본을 공개하기로 하면서 NLL 공방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비로소 중진그룹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내부비판에 나선 중진들은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은 독자세력이거나 친이명박계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국정원이 박근혜 캠프를 도와 대화록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선거운동에 나섰다는 국민적 의혹이 계속 확산되는 가운데 갑작스레 나온 비박계 인사들의 내부 비판은 이제 그들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친박 일색인 새누리당에서 이들은 비록 중진이라 할지라도 실제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본격적으로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선다면 그 무게감과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방중이후 특별하게 눈에 띄는 외부 일정을 잡지 않은채 여론의 동향을 관찰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돌출적인 셀프고백에 이어 비박계 중진들의 무시할 수만은 없는 '반란'까지, 박 대통령으로서는 불리한 여론 외에도 새누리당의 내부 단속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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