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단단히 뿔이 난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12일 홍익표 민주당 의원(사진)의 "귀태(鬼胎)" 발언을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것"이라 규정했다.
(사진=박수현 기자)
그러나 '귀태' 발언이 박 대통령을 불쾌하게 했을 수는 있지만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석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청와대의 강경반응으로 정작 자유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훼손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국정조사가 무산될 공산이 한층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홍 의원의 '귀태' 발언이 나왔던 11일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청와대의 분노가 표출되자 12일 부랴부랴 ▲국정원 국정조사 ▲NLL 대화록 열람 등 합의된 국회 일정을 취소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어 홍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김한길 대표의 사과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향후 모든 국회 일정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행보는 이 수석 브리핑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귀태' 발언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이처럼 국민이 선택한 대선을 부정·불복하고, 대통령을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들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민주당이 대변인을 통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이렇게 인정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국민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국민을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인가"라며 "계속 대선 불복종을 하고 국민들에게 저항하고 국민들의 선택을 부정·부인하면서 어떻게 상생의 정치를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비분강개했다.
홍 의원의 '귀태' 발언은 지난 대선 결과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막말'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홍 의원은 당시 박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가 유사한 면이 많다고 지적하며 국정원을 비판했을 뿐이었다. 이를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청와대의 입장대로라면 지난 9일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대화록 불법유출로 지난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고, 그 혜택을 박 대통령이 받았고, 박 대통령 자신이 악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던 문재인 의원은 홍 의원보다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경하게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한 셈이지만, 당시 청와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의 강경한 태도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보이콧하기 위한 새로운 물타기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그간 NLL 논란 재점화, 김현·진선미 의원 제척 요구 등 꾸준하고도 다양한 형태로 국정조사 회피를 시도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국정원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국회 일정을 '올스톱'한 새누리당이 "국조 시간지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며 맹렬히 비난했다.
정세균 의원은 "진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세력이 누군지 밝혀내야 하지 않겠냐"며 국정조사를 위해 새누리당이 자중할 것을 촉구했다.
홍 의원의 '귀태' 발언이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했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지만 국정원 대선 개입은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사상 초유의 '만행'을 저질렀음이 자명한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이에 대한 국정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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