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경찰·세무공무원 낀 '940억 가짜경유' 유통 일당 기소
2013-07-22 11:04:14 2013-07-22 11:07:3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공무원들과 짜고 가짜경유를 시중에 유통시켜 940억여원의 불법 이득을 얻은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가짜경유 제조업자들에게 석유정제회사가 조직적으로 용제원료를 공급해 온 것을 적발해 재판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지청장 송인택)은 22일 가짜경유 1747만 리터를 제조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석유사업법 위반) 등으로 석유정제회사 사장 A씨(52)등 총 32명을 적발해 이 중 14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달아난 단속정보유출 중간 브로커 B씨(44)와 유사석유판매업자 등 3명을 변호사법 및 석유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
 
구속기소된 14명 가운데는 유사석유업자와 브로커 등에게 단속정보를 알려주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전·현직 한국석유관리원 고위 간부 4명이 포함됐다.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단속정보 제공 등의 대가로 1인당 2000만원에서 최고 2억1000만원을 받아 챙겼으며, 매월 정기적으로 1000만원씩을 업자 등으로부터 상납받거나 보직이 변경되면 자신과 공모했던 브로커를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해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왔다.
 
이들은 또 핸드폰 추적을 피하기 위해 브로커로부터 받은 대포폰을 자택에 숨겨두고 가족을 통해 간접적으로 브로커들에게 단속정보를 유출했으며, 단속경찰관과 함께 가짜 석유판매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에 거액을 투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브로커들로부터 '가짜 석유 판매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구속해달라'는 청부수사의뢰와 함께 그 대가로 14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C씨(48)와 유사석유업자에게 수배정보를 수시로 조회해 줘 도피를 도운 혐의(공무상기밀누설·범인도피) 등으로 전 경감 D씨(60)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에 대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은 세무공무원 E씨(44)와 세무공무원에게 청탁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업자들로부터 2750만원을 받아 이 중 300만원을 뇌물로 제공한 세무사 F씨(54)를 각각 뇌물수수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외에 관내 석유정제업체 대표 등으로부터 편의 제공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수수한 세무공무원 4명과 업자들로부터 수사청탁을 받아 동료 경찰관에게 소개해주고 수백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한 경찰관 2명에 대해서는 비위사실을 해당 기관에게 통보했다.
 
검찰은 "이번에 거래된 '용제 혼합형 가짜경유'는 대규모 기업형으로 제조·유통되는 데다가 원료제조회사·유통회사·가짜경유 제조업자 등이 점조직으로 활동해 단속이 어렵고 탈세 규모가 매우 커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 수사 후 적발된 업체들에 대해 수년간 세금을 탈루해 온 증거를 확보해 국세청이 세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관련정보를 통보했다.
 
또 이번 사건이 용제가 경유와 성분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정상경유 제품과는 달리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가격이 싸다는 점이 이용됐다는 점을 감안해 용제에 세금을 선부과하고 최종 소비자가 정당한 산업용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환급해주는 등의 과세제도 개선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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