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규제완화에 VC업계 '기대감'-금융계 '글쎄'
2013-09-06 13:33:48 2013-09-06 13:36:59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금융당국이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 규제 완화에 나선 가운데 업권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벤처·중소기업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벤처캐피탈(VC)업계는 투자 활성화 기대감에 들떠 있는 반면, 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당국 "벤처·中企 자금지원 규제 없앤다..금융기관 벤처투자 쉽게"
 
5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서울 중구 금융위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벤처·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투자금융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벤처·중소기업의 투자금융 역할이 적합한 신기술금융조합 운영자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동안 신기술금융사에 한정됐던 신기술금융조합의 운용자를 등록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자와 창투자, 창투법에 따른 유한책임회사(LLC) 등까지 확대한다는 것.
 
신기술금융조합의 투자 대상 기업도 당초 열거방식으로 규정된 투자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변경하고, 대상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또한, 신기술조합 등의 투자 방법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확대해 성장 단계별 다양한 자금 지원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초기 벤처·중소기업의 경우 투자금 회수가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해 초기 펀드의 존속기간은 7년에서 10년으로, 투자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벤처캐피탈(GP)의 의무 출자비율도 시장관행이던 5% 에서 1%로 줄이고, 원칙적으로 우선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 관행을 형성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과 보험 등 민간 금융기관의 벤처·중소기업 투자에 대한 벽도 철거된다. 그동안 투자손실로 인식되기 쉬웠던 벤처·중소기업 투자에 대해서 합리적인 사유인 경우 회계처리기준 내에서 공정가치 평가 관행을 개선하거나 원가평가로 회계처리를 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금융기관이 기존에 벤처·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조합에 15% 이상 투자하면 자회사로 편입하고 신고의무가 발생하던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회사 편입 기준도 30%로 늘렸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중소·벤처 투자금융 활성화를 위해 자금 지원이 잘 되지 않는 영역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되 최대한 운용상의 탄력성을 부여해 민간자금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며 "유능한 운용자 참여를 높이기 위해 운용자의 의무 출자 비율 완화와 운용자의 우선 손실 부담 조건 등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VC업계 '기대감 UP'.. 시중銀 '시큰둥'
  
금융당국의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금융 활성화 방안에 대해 VC업계는 기대감에 들뜬 모양새다.
 
그동안 벤처·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벤처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그동안 금융위가 벤처투자 활성화에 대한 대책을 많이 준비한 것으로 안다"며 "펀드를 만들어주고, 규제도 많이 풀어줘 우리 입장에선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전무는 이어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 7월에 전년동기대비 21% 확대됐다"며 "금융위 이번 방안으로 하반기에는 벤처투자 확대가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도 "그동안 펀드의 존속기간이 짧아서 투자를 해도 회수를 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이번 금융위의 방안으로 펀드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VC업계에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민간 금융회사 같은 유동성공급자(LP : 출자자)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갖춰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또 다른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초기 펀드를 결성할 때 정부에서 50% 가량을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민간 LP를 모집해 채워야 한다"며 "펀드의 존속기간이 늘어나면 LP들은 투자금 회수에 부담을 느껴 출자를 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공정가치 평가 관행 개선과 자회사 편입 비율 완화 등 벤처투자에 대한 민간 LP들의 참여를 제약하는 규제를 풀어주면서 LP들의 벤처투자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나, 벤처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리스크는 변하지 않아 벤처투자에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
 
한 시중은행 투자금융 담당자는 "은행도 과거 벤처붐이 불었을 때 벤처기업에 투자를 많이 했었지만, 최근에는 쉽지 않다'며 "은행은 고객의 돈을 받아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데 벤처투자는 리스크가 큰 대신 이익도 커 통상적인 은행의 업무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금융위의 방안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이번 방안으로 그동안 하지 않았던 벤처투자를 다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중은행 투자금융 담당자도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은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계속 나왔다"며 "경기가 호황기일 때도 성공하기 힘든 벤처투자가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일부 장치가 마련된들 실질적인 투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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