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성희롱 발언, 공무원 '파면'사유 아니다"
2013-10-16 15:05:47 2013-10-16 15:09:22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도로주행 시험중인 여성 응시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남성 시험감독관이 파면된 데 대해 법원이 '가혹한 처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이건배)는 채모씨(56)가 도로교통공단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원 징계정도를 보면 성희롱 등은 대부분 감봉이나 견책, 정직 등의 징계가 이뤄지고, 해임이나 파면은 강간이나 성폭력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이뤄진다"며 채씨를 해임한 공단의 처분은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채씨가 응시자의 긴장을 풀어줄 의도로 시험과 무관한 발언을 한 측면도 있으므로 비위의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채씨가 징계 전력이 없고, 채씨의 시험감독 태도를 칭찬하는 글이 시험장 홈페이지에 올라오기도 한 점도 고려했다.
  
피해여성의 증언을 종합하면, 채씨는 지난해 9월 도로주행 중인 여성 응시생에게 "시험중 핸들을 만져야 하기 때문에 손을 만질 수 있는데 오해하지 마라. 나는 부인으로도 벅찬 사람이다"라는 등의 시험 진행과 무관한 이야기를 건냈다.
 
이 과정에서 채씨는 '합격하면 소주 한 잔 사라. 내가 2차를 사겠다'며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내용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피해여성은 즉각 공단 측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공단 측은 여성 응시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성추행을 함으로써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해 11월 채씨를 파면했다. 이에 채씨가 소송을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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