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유동성 위기로 기업 구조조정이 대세로 자리한 가운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이룰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해 지급 불능 상태를 늦추는 데 주력하고 있는 데 반해 금융기관은 위헌 소지 탓에 워크아웃 기업을 선정할 수도 없는 상황.
LG경제연구원은 13일 '기업 구조조정 제도 선제적 대응 기능 높여야'라는 보고서를 통해 "현행 구조조정 제도의 문제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신청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지홍 책임연구원과 문병순 선임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잠잠했던 기업 구조조정이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기 부진과 겹치면서 증가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이 더디고 기업 성과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은 기업집단이 6곳이며, 공정거래법에 의해 지정된 대규모 기업집단 중 4곳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기업집단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때는 경제 전반에 걸친 불황의 영향으로 다수의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신청했지만 최근에는 해당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로 구조조정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했다.
◇도산법과 워크아웃의 비교(자료=LG경제연구원)
현재 기업의 구조조정은 두 제도로 양분돼 있다. 2006년 제정된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을 근거로 한 법정관리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통한 워크아웃이다.
법정관리는 신청 후 모든 채권의 행사가 정지되며, 모든 주식과 채권을 조정한다. 워크아웃은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은행이 신규자금 지원과 출자전환을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면서 기업들도 자산 매각 등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최근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신청한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실 수준이 과거보다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신청시기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LG경제연구원은 판단했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신청하지 않아도 금융기관이 워크아웃 기업을 선정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위헌 소지가 있어 금융기관이 워크아웃 기업을 선정할 수도 없다.
저금리와 채권 시장의 발달도 한 요인이다. 재무구조가 악화돼도 채권이나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채권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LG경제연구원은 "재무구조가 악화될수록 자산 가격이 급락하는 데다 구조조정을 거친 기업이라 해도 부실 위험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며 "때문에 적기에 구조조정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해 부실 기업에 대해서는 도산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출자전환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LG경제연구원의 주장이다.
특히 "부실 기업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기 전에 자산매각을 할 경우 불거지는 도산법상 부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인의 범위를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상장회사가 주식매수청구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정 규모 이하의 자산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워크아웃을 통해 빠른 출자전환과 선제적 자산매각을 기업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도산법 관련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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