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봤다고 돌발 고백해 불법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에 출두하면서는 "본일이 없다"고 180도로 말을 바꿨다.
◇"읽어봤다"더니 "본 일 없다"..180도 말 바꾸기
김 의원은 지난 6월 26일 새누리당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다 입수해 읽어봤다"고 돌연 고백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점화시켰다.
당시 그는 셀프 고백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자 "원문을 봤다고 얘기한 사실이 없다"며 "대화록 원문을 입수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출두한 이날 역시 대화록을 사전에 보지 않았다는 첫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자신이 읽은 문서와 대화록 내용이 일치하는 것에 대해선 "조사 들어가기 전에 자세한 말씀을 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김 의원의 분명한 해명이 없을 경우 "대화록을 입수해 읽어봤다"에서 "본 일이 없다"로 말을 바꾼 것은 '거짓말'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현 민주당 부대변인은 "김 의원의 부산 연설문과 대화록은 주요 내용이 상당부분 토씨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일치한다"며 "본 적도 없는 대화록을 읽었다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대변인은 "자신의 입으로 대화록 내용과 똑같은 연설을 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면책되지 않는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라면서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의혹은 '대화록 불법 유출', 책임은 '대선'?
거짓말 여부와 별개로 대화록 불법 유출 의혹 때문에 소환된 김 의원이 지난 대선에 문제가 있었다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부분도 '오버스럽긴' 마찬가지다.
이날 김 의원은 "지난 대선은 전적으로 내 책임 하에 치러졌다"며 "만약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면 모두 내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다. 따라서 김 의원도 선거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지난 대선이 총체적 관권선거였다면 그것은 김 의원이 '모두' 책임질 일이 아니다. 선거에 문제가 있다면 이는 곧 박근혜 정권이 정당한 것인가를 묻게 만드는 엄중한 사안이고 이는 '선대본부장' 수준에서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
우선 대화록을 사전에 들여다 본 것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대통령기록물을 불법으로 본 것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된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진 뒤 국민 여론에 따라 책임질 사람들이 책임지면 되는 별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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