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지난해 말부터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로 등장한 KT-KTF합병 문제가 정치권까지 번져, 이경재, 이종걸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KT와 SKT는 16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의 사회로 열린 여야 정책토론회에서 'KT합병'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서정수 KT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KT가 하려는 건 변화이며, 변화의 수단이 합병이다. 합병을 통한 변화가 지향하는 게 융합"이라고 주장했다.
서 부사장은 "변화의 키워드로 융합을 생각했다. 분리된 네트워크와 분리된 고객을 하나로 연결해야 진정한 융합이 될 것이며, 가장 빠른 길은 합병"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이석채 사장 취임 직후부터 'All New KT'라는 기치아래 'VOIP(인터넷전화) 진출과 조직 변화'를 숨가쁘게 모색해왔다. 그 화두에는 항상 All-IP전략이 깔려있었고, '국가경제와 정보통신 산업의 부흥'이라는 명제를 내세워왔다. KT-KTF합병도 그 연장선상에서 바라봐달라는 것이 서 부사장의 주문이다.
KT가 반대 논리 각각에 대한 대응 보다는 큰틀에서 비전을 제시하는 쪽으로 대응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합병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SKT측은 '마케팅 전쟁과 필수설비 분리' 논리로 이에 맞섰다.
이형희 실장(전무)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KT합병은 마케팅 경쟁을 통한 가입자 뺏기로 갈 가능성이 크고, 그 경우 투자는 위축되고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가 유선지배력을 무선으로 전이시켜 과도한 마케팅으로 사업자간 출혈 경쟁을 초래해 통신사업 전반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논리다.
이 실장은 또 "KT합병은 방통융합 추세를 고려했을 때 유선시장의 지배력이 무선으로 전이될 뿐 아니라 방송시장이나, 다른 인접 시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SKT 등 합병 반대 진영은 KT가 보유한 전주나 관로, 가입자망(필수설비)을 분리해 타 사업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방통위 등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이 같은 필수 설비 분리 모델은 영국 통신사업자 BT의 오픈리치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이호형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자체 구축할 수도 없고 대체제도 없는 것이 필수설비"라며 "KT-KTF합병과 관련해 필수설비로 볼 수 있는 것은 가입자선로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KT-KTF가 가지고 있는 관로, 관주(전봇대) 등은 필수 설비로 분류할 수가 없다. 이미 SKT 등 범 통신연대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망 등 설비를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용자 이익은 뒷전으로 한채 사업자들의 욕심만 채우려한다는 참석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KT합병 논의가 사업자들만을 중심으로 전개될 뿐 소비자의 편익에 대한 고려가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호형 한양대 법학과 교수도 "이번 합병 논의가 이해당사자간 조정으로 치우친 측면이 있는데다 사회적·정치적 고려가 많이 개입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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