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이란특수'에 대한 철강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합의 이행에 따라 경제 제재를 한시적으로 해제키로 한 데 따른 훈풍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수출길이 막혔던 철강제품 수출이 재개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철강업계는 47만694톤의 철강재를 이란에 수출했다. 경제 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2012년에 비해 58% 감소한 수준이다. 대이란 수출이 가장 많은 포스코의 경우 2012년 30만톤에서 지난해 8만톤으로 3분의1 이상 뚝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제재 해제 기간이 6개월로 한시적이고 향후 전망 또한 불투명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지만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국내 수요가 급감한 데다 엔저와 원화강세로 수출길에서도 고전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더 우세하다.
짧은 기간 탓에 대규모 계약보다는 스팟 계약 위주로 수출이 이뤄지겠지만 지독한 불황 속에 수출길이 하나라도 늘면 그만큼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의 현실을 대변해 주는 대목이다.
특히 철강은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이다.
지난 16일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가 발표한 '대이란 10대 수출 유망품목 및 진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의료기기, 풍력발전, IT, 철강, 가전, 종이, 산업기계류, 섬유제품 등 10대 품목이 수출 유망 품목으로 선정됐다.
이란 경제 제재가 시작되기 전인 2012년의 경우 철강은 대이란 수출액 3억7300만달러로 금액면에서 최고를 기록했다. 이란 시장 내 한국 철강제품 점유율도 24.3%로 4분의1에 육박했다.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와 더불어 국내 건설업체에게는 4대 해외시장으로 꼽힌다. 그동안 막혔던 건설, 플랜트 발주시장이 재개되면 열연제품과 철근 등 봉형강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란은 또 중동 국가 중에서 드물게 완성차 생산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자동차 강판 수요가 높다. 자동차 강판의 경우 건설용 철강재에 비해 스팟 계약 물량이 많아 수출길이 재개되면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내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라 자동차 강판 외 철강제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란 수출길이 재개되더라도 이미 중국산 철강재가 한국산을 대체하고 있어 실익이 적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일부 철강재를 제외하고 건설용으로 사용되는 범용 철강재의 경우 중국 철강사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추세다.
중국은 서방국가들이 이란에 대한 투자를 회수하고 교역량을 줄이는 동안 매년 35~50%씩 교역량을 늘려가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제재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란의 경제제재 장기화에 대비해 이미 거래선을 바꾼 곳도 있다.
동부제철은 경제 제재 이전까지 열연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철원대체제를 이란에서 수입했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입하기 위해 바레인, 트리니다드토바고 등 다른 국가로 수입선을 교체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중동 국가 중에서도 철강 수요가 큰 곳이라 국내 철강사들의 수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확신한다"면서도 "6개월이라는 기간 제한 때문에 장기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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