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 유증, ‘황금낙하산’에 최대주주 잇속 챙기기 전락
최 대표 지분 팔아 124억 현금확보…유증은 50억만 참여
이사 교체시 의결권 75%…'황금낙하산'으로 지배력 유지
2024-10-04 06:00:00 2024-10-04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펩트론(087010)이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황금낙하산’ 조항을 뒤늦게 공시해 논란입니다. 펩트론 최대주주인 최호일 대표가 이번 유증을 계기로 보유주식 일부 매각 사실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장에선 최 대표가 책임경영보다는 본인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대주주 블록딜 앞둔 펩트론, 뒤늦은 황금낙하산 공시
 
펩트론 오송바이오파크. (사진=펩트론)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펩트론은 지난달 주주배정 유증 증권신고서를 정정공시했습니다. 주요 정정 사항은 ‘최대주주의 경영권 위험’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번 정정 사항에선 ‘황금낙하산’ 조항에 대한 설명이 담겼습니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인수합병(M&A)로 회사의 경영진이 퇴임할 때, 기존 경영진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해 비용을 높이는 방법을 말합니다.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에는 효과적이지만,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황금낙하산 조항에 대한 사항이 뒤늦게 공시되면서 최호일 대표가 유증을 계기로 현금 확보하면서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최 대표는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12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파악됩니다. 
 
펩트론은 1200억여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이번 유증에서 배정주식의 50% 수준의 참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이번 유증 청약자금 마련 및 기존 주식담보대출 일부 상환을 위해 보유주식 일부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매각할 예정입니다. 보유주식(172만8200주)의 14.47%에 해당하는 25만주를 매각할 예정입니다. 최 대표가 유증을 통해 인수하는 신주는 10만7504주로 블록딜 물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최 대표가 블록딜을 통해 확보하게 될 자금은 124억여원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이는 최 대표가 유증 참여에 사용할 예정 비용인 50억원의 2.4배에 달합니다. 
 
최대주주 지분 6%대…책임경영보단 경영권 유지 우
 
황금낙하산 조항은 경영진(지배주주)에 대한 주주들의 감시·감독을 어렵게 만듭니다. 경영성과가 낮은 기업들을 M&A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구조조정하는 등 적대적 M&A의 순기능을 무시하고 소액주주들이 결집을 어렵게하기 때문입니다. 
 
유증이 완료될 경우 최대주주의 지분율 역시 8.37%에서 6.81%로 1.56%포인트 낮아질 예정입니다. 특수관계인의 유증 참여율은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특수관계인이 100% 청약에 참여하더라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7.89%에 그칩니다. 지분율이 너무낮아 경영권이 불안한 수준입니다. 
 
다만 펩트론은 최대주주가 변경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하기는 힘든 구조입니다. 회사가 거액의 퇴직금을 감당하더라도, 이사 교체를 위해선 의결권의 75%를 확보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펩트론은 지난 2022년 회사 정관에 황금낙하산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펩트론 정관에는 ‘대표이사가 적대적 기업인수 및 합병으로 인해 임기 중 해임된 경우에는 퇴직금누계액의 20배를 퇴직보상액으로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또한 적대적 M&A를 통한 이사의 해임 결의는 출석주주의 80%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75% 이상으로 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주주권 제한은 현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어렵게하고 주주권리 보호와 상충하는 사항입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황금낙하산은 소액주주들에 비해 정보력 등에서 우월적 지휘를 확보하고 있는 지배주주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악용될 여지가 있다”면서 “주주들의 주주권을 제한하는 초다수결의제는 적대적 M&A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어려워지고 경영권 세습 등에 악용될 경우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대주주의 블록딜과 주주배정 유증이 펩트론의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결정됐다는 점도 주주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펩트론은 그간 비만치료제 기술이전 관련 사항을 홈페이지에 공지하며 기대감을 키워왔는데요. 비만치료제 기술이전 논의 등이 보도되면서 작년 초 2만1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 7월 8만7900원까지 오르며 300% 넘게 급등했습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이전 계약이 긍정적인 상황이라면 주주배정 유증뿐 아니라 전략적투자자(SI) 유치 등도 대안이 됐을 수 있다”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최대주주의 블록딜과 주주배정 유증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기술이전 진행사항 및 최대주주 블록딜 등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펩트론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사진=펩트론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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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적 이야기를 왜 이시점에 쓰는 이유가 의심스럽네요. 악의적인 기사 지겹네요 기자 자질문제 그렇게 뉴스 거리가 없나요. 이렇게 해서 주가 하락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요

2024-10-04 08:45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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