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본격적으로 IT업계 '뉴 웨이브'를 주도하고 나섰다. 두 공룡기업의 최근 행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기존 생산·제조 부문에서의 기반이 약해지는 한편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서비스 부문과의 연관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MS는 지난 4일(현지시간) 스티브 발머를 잇는 신임 CEO로 '클라우드' 전문가로 알려진 사티아 나델라 수석 부사장을 임명하며 사실상 새로운 전기를 선언했다. 나델라 CEO의 선임과 함께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5년 만에 다시 기술고문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미국 내 주요 매체들은 MS의 새 CEO로 모바일 전문가 대신 클라우드 전문가가 영입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MS가 미래 성장의 주요 축을 클라우드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빌 게이츠 뒤를 이어 이사회 의장에 새롭게 취임한 존 톰슨 역시 시만텍 CEO 출신의 클라우드 전문가다. 이번 인사 이후 "MS는 이제 클라우드 회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빌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CEO에 오른 사티아 나델라 수석 부사장.(사진=MS)
물론 당장 클라우드 사업에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직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 수익구조가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고, 이마저도 아마존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 실제 MS의 연간 실적에서 여전히 PC 기반의 오피스·윈도 프로그램이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MS가 사티아 나델라 CEO 선임과 함께 정조준하고 있는 곳은 구글, 애플이 주도해 나가고 있는 스마트폰 이후의 IT 생태계다. 실제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5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윈도 OS가 이미 유통 업계부터 자판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미래 사물인터넷 시장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구글 역시 지난해 내내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활동을 벌인 데 이어 올 초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들여 인수했던 모토로라를 중국 레노버에 매각하며 실탄을 끌어 모으고 있다. 과거 제조업체들처럼 연구개발(R&D)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거나 대규모 생산기반을 갖추는 대신 전략적인 M&A를 통해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해 네스트랩스, 딥마인드 등의 혁신 기업들을 인수한 구글은 차세대 사물통신 사업과 관련한 구상이 끝났다는 점을 시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IBM이 레노버에게 사업 분야를 매각한 것은 사실상 기존 하드웨어 부문에서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모바일, PC의 생산 시설의 중국 러쉬는 점점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구글의 사업 비전은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사물인터넷 분야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물인터넷이 가장 먼저 사업화되는 영역은 이미 삼성, LG, 퀄컴 등이 주도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스마트홈'. 해당 분야에서 '작은 애플'로 불리는 네스트를 인수한 건 구글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홈은 사물 인터넷 서비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스코는 오는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180억개에 이르는 기기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IT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모든 사물이 인터넷의 대상이 되는 시대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라 '확정된 미래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왼쪽부터) 맷 로저스 네스트랩스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CEO, 토니 파델 네스트랩스 공동설립자.(사진=네스트랩스)
한편 이같은 구글과 MS의 광폭 행보에 일각에선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구글이 미국 정보당국에 지난해 상반기에만 총 9000여명에 대한 이메일, 채팅 등 통신 내용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사물인터넷 시대가 가져올 이득보다는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큰 상황이다. 사물통신이 활성화될 경우 개인정보의 유출 범위와 정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윌 펠그린 미국인터넷 보안센터장은 "지난 2005년 이후로 총 6억건의 개인정보 침해 사례가 발생했다"며 "스마트홈은 해커들에게 공식 통로를 열어주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의 IT전문 매체인 씨넷 역시 구글의 스마트홈 사업에 대해 "빅브라더를 집에 들여놓는 것과 다름 없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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