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정부는 전세를 후진문화라고 말하는가
2014-03-13 11:18:32 2014-03-13 11:22:37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선진화란 무엇일까. 문물의 발전이나 진화정도가 다른 것보다 앞서는 것을 말하는데, 그렇다면 월세는 선진화 된 임대문화일까요?
 
정부는 최근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월세세입자를 위해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인 월셋집 공급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월세의, 월세를 위한, 월세에 의한 방안입니다.
 
임대차시장의 양축 중 전세를 위한 방안은 나왔던 얘기가 또 나온 정도입니다.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월세'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인데요.
 
그렇다면 과연 월세가 선진화된 임대문화일까요? 그냥 선진국에서 통용되는 임대제도는 아닐까요? 전세제도를 후진 임대문화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전세제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는 임대문화라고 합니다. 정확히 언제 시작 됐는지 근거 사료는 없습니다.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금융업이 지금과 같이 발달된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던 시기 전세가 사금융 수단으로 활용 돼 왔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분명 과거 전세가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전세를 내주고 받은 보증금으로 또 다른 집을 하나 더 살 수 있었죠. 전세를 안고 주택을 구입할 경우 저렴한 가격에 집을 또 살 수 있었습니다.
 
집이 부족했던 그 때 여유 자금을 가진 투자세력 또는 투기세력이 이런 방식으로 주택을 선점하며 집값이 상승했고, 그만큼 세입자의 '내집마련' 꿈은 멀어졌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전세제도가 집값 불안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향후 주택 마련을 위한 종잣돈 마련에 도움이 됐던 것도 사실이지요. 단칸방 월세를 전전하다 번듯한 전세로 이사 하면 축하를 받던 때도 있었습니다.
 
매월 주거비를 내야하는 월세와 달리 전세세입자는 전세로 사는 동안 거치식으로 맡겨놓은 보증금을 제외하고 주거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관리비는 제외 입니다. 보증금은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미래 매매시장의 핵심세력으로 자리매김 할 젊은세대가 소득의 1/4을 월세로 지출하며 종잣돈을 모으지 못해 '내집마련' 시기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임대시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바로 전세난입니다. 전세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직까지는 월세가 싫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지요. 대다수의 국민들이 전세를 원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수익형 부동산 인기에 월셋집은 남아돕니다. 일부 교통 등 환경이 우수한 지역 말고는 공실이 늘고, 월셋값도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월세수요는 전세를 얻지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월세집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상당합니다. 반전세라는 듣도보도 못한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입니다. 전셋값 수준의 보증금을 내면서 월세까지 지출하는 집을 반전세라고 부르는데, 이는 그냥 보증부 월세입니다.
 
월세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임차주택 공급에서 전세냐 월세냐는 정부도, 세입자도 아닌 집주인이 결정합니다. 전세보증금을 받아봐야 딱히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월세로 돌리면 매달 통장에 일정 금액이 찍힙니다. 적어도 은행 이자보다는 많은 돈이 들어오는데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때문에 월세는 임대차 시장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선진화된 문화는 아닙니다. 지금의 전세난은 세입자들이 전세를 원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 세입자들을 어거지로 월세로 보내려는 것을 선진화라고 할수 있을지요. 세입자들을 원하는 임차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선진화 방안일 것입니다
 
경제부총리와 국토부장관, 금융위원장 등 핵심 관계기관장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서민 주거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그냥 월세화 대비 방안에 불과합니다. 무엇을 시도해도 해결 안되는 전세는 일찌감치 포기해 버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전세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고민이 아쉽기만 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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