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국내 PC업체들의 미국향 수출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베트남 등은 차세대 IT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시장 내 '태블릿 열풍'을 타고 매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찍이 노트북, 태블릿PC 생산시설을 중국 등으로 옮겨 수출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18일 코트라(KOTRA)가 운영하는 해외비즈니스 정보포털 '글로벌윈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컴퓨터 및 주변기기 수출이 전년 대비 1.7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역시 태블릿과 넷북의 수요 증가로 2010년 이후 총 수출액이 약 13% 상승했다. 한국은 전년 대비 24.6% 급감하며 대조를 보였다.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 전역에 걸쳐 삼성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PC 수출이 크게 하락한 이유는 삼성전자가 중국, 베트남 등으로 모바일 기기, 휴대용 컴퓨터 생산 기반을 대거 이전했기 때문이다. 이중에서 베트남 공장은 삼성전자의 전 세계 모바일 디바이스 생산 기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베트남 국가경제 전체에서도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베트남의 총 수출액 중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은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의 수출 급증이 지난해 한국의 대미국 수출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베트남 컴퓨터 및 주변기기(좌)와 휴대용 컴퓨터(우) 대미국 수출 및 증감 추이. (사진=코트라, 자료원=미국국제무역위원회)
베트남의 성장과 한국의 수출 감소세는 PC뿐만 아니라 휴대폰 부문에서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베트남 제2휴대폰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면서 조만간 베트남 전체 휴대폰 생산량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휴대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와 함께 LG전자, 미국의 인텔, 대만의 폭스콘 등도 대거 베트남으로 생산시설을 이동하고 있어 부품, 컴퓨터, 모바일 기기 등 전 영역에서 급격한 수출 증가가 전망된다. 세계은행의 디팍 미스라 교수는 최근 "베트남의 제조업이 1990년대 중국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며 첨단기술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시장 내 소비 트렌드 변화 역시 무역수지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희비를 가른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미국 일반가정의 태블릿 소유 비율이 40~50% 수준으로 치솟는 반면 데스크톱 판매량은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PC 출하량 도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데스크톱 PC와 주변 기기를 수출하는 국내의 중견·중소 수출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작용하며 전체 수출을 끌어내렸다. 대기업들이 데스크톱 시장에서 손을 뗀 이후 중소기업들의 텃밭이었던 PC 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전락하면서, TG삼보컴퓨터, 한성컴퓨터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극심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일찌감치 데스크톱 사업을 사실상 접고 노트북, 태블릿PC에 집중해온 삼성전자는 애플을 맹추격하며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모니터는 "삼성이 2012년부터 태블릿과 노트북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며 "향후 모바일시장과 더불어 PC시장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경쟁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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