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동료들은 언제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사진캡쳐=레버쿠젠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손흥민의 최근 활약이 다소 조용하다. 레버쿠젠에서 이렇다 할 모습이 많이 줄었다. 최근 9경기에서 골이 없다. 레버쿠젠 또한 9경기 동안 1무8패다. 손흥민과 팀 모두 목이 탄다.
사실 손흥민에게 '부진'이란 표현을 쓰고 싶진 않다. 팀은 잘하는데 손흥민만 못하면 그건 부진이라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레버쿠젠도 못하고 손흥민 또한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전술적으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레버쿠젠의 측면 활용이 답답해 보인다.
손흥민이 윙포워드라고 해서 꼭 공격포인트만으로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경기 흐름에 맞는 움직임과 상황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펼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최전방 공격수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의 찬스가 나오고 결국 팀이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의 최전방 공격수 슈테판 키슬링은 계속 골을 터트리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손흥민의 도움도 아예 없지는 않다고 본다. 어차피 모든 골은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이 제 몫을 해냈을 때 나온다.
손흥민의 장점은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이다. 최대한 수비 뒤 공간과 좌우 공간이 많은 상황에서 공을 잡아야 돌파로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손흥민은 역습에서 많은 골과 멋진 장면을 만들어왔다. 속도를 붙이며 수비와 맞선 상황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는 게 손흥민이다.
하지만 지금 레버쿠젠에서는 손흥민의 공간이 없다. 왼쪽 풀백인 엠레 칸과 세바스티안 보에니쉬가 지나치게 많은 공간을 잡아먹고 있다. 손흥민의 활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8일 하노버96전에서 손흥민과 팀 동료 엠레 칸이 서로 충돌한 장면은 최악이었다.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을 이끌 손흥민(가운데)과 이청용(왼쪽), 구자철. (사진캡쳐=대한축구협회)
지난 6일 한국 축구대표팀의 그리스전은 이런 부분에서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왼쪽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오른쪽의 이청용 못지않은 날카로움으로 대표팀의 공수 좌우균형을 맞췄다. 박주영의 골을 도운 것과 후반전 좁은 각도에서 터트린 왼발 골은 손흥민의 이런 활발함 가운데 한 장면에서 나왔다.
사실 손흥민의 이런 모습은 걱정되는 면도 있다. 축구대표팀에서 김진수(니가타)와 호흡을 꾸준히 맞춰야 할 부분이다.
김진수는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자리 잡았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를 이끌 선수"로 김진수를 지목했다. 그는 공격에 나갈 때와 수비에 치중해야 할 타이밍을 잘 아는 선수로 꼽히고 있다.
그리스전을 다시 돌아보면 김진수는 공격 가담하는 오버래핑 횟수를 줄였다. 손흥민이 없던 지난 1월 브라질-미국 전지훈련 평가전들과 달랐다. 이게 전술적 약속 때문인지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손흥민의 공간 창출에는 기여했다. 앞으로 어떤 풀백이 손흥민과 같이 뛰게 되더라도 이런 부분이 필요함을 증명했다. 김진수가 그럴 가능성이 많은데 이 경우 김진수가 갖고 있는 모든 장점을 끌어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확실히 손흥민은 장점이 뚜렷한 선수다. 공을 잡고 튀어나갈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 최근 레버쿠젠에서는 이런 공간 활용이 안 되고 있다. 손흥민의 컨디션과 기량을 논하기 전에 팀 전체적인 모습에서 레버쿠젠은 추락하고 있다.
레버쿠젠은 24일 호펜하임에 2-3으로 졌다. 승점 추가에 실패하며 리그 4위(승점44)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위 샬케04(승점50)와는 꽤 차이가 난다. 5위 묀헨글라드바흐(승점42)는 레버쿠젠을 바짝 뒤쫓고 있다. 6위 볼프스부르크와 7위 마인츠(이상 승점41)도 언제든 레버쿠젠을 붙잡을 수 있다.
사미 히피아 감독은 호펜하임전 직후 독일 언론 '키커'와 인터뷰에서 "얇은 선수층이 아쉽다"고 패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레버쿠젠은 매 경기 비슷한 선수들로 같은 전술을 반복하고 있다. 선수층을 탓하기 이전에 시스템적인 문제는 없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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