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소폭 상향조정됐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당초 발표했던 것보다 크게 늘어나며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주택시장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과 올초 이상한파로 주요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하게 나왔던 점 등을 감안하면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다시 소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GDP 2.6% 성장..소비지출 3.3% 증가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6% 성장했다고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1월말 잠정치로 3.2%를 발표했다가 지난달 말 수정치를 통해 2.4%로 낮춘데 이어 확정치에서는 다시 0.2%포인트 상향조정했다.
다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은 시장전망치 2.7%를 밑돌았고, 4.1%라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던 직전분기(3분기)와 비교했을 때에도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소비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며 미 경제가 근본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부문 및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부문이 크게 성장하며 전체 소비지출 성장률은 2.6%에서 3.2%로 수정됐다. 이는 3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GDP를 2%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해 연말부터 미국에서 한파와 폭설 등 이상기후가 시작됐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미국 경제는 발표된 숫자보다 더 개선됐을 가능성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경제가 한파의 영향 아래에 있던 2013년 말에도 기저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었다"며 "계절적인 영향이 사라지면 다시 공고한 성장 동력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당초 1174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던 기업재고는 1117억달러 증가로 하향조정됐다. 기업재고가 줄어들면 기업들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단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반면 지난해 3분기에도 기업재고가 1157억달러 급증하는 등 2분기 연속 재고가 크게 늘어난만큼 올 상반기중 생산활동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기지금리 부담..주택경기 8개월째 뒷걸음
반면 미국 경제의 또다른 축인 부동산 경기는 둔화되고 있다. 이날 전미부동산협회(NAR)가 발표한 2월 잠정주택매매 지표는 전달보다 0.8% 하락하며 8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전년동기대비 하락폭은 10.2%에 이른다. 상무부가 발표한 4분기 GDP에서도 주택투자는 7.9% 감소했다.
한파로 인해 주택매매가 활발하지 않았던 데다 모기지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점 등이 부동산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출구전략(테이퍼링) 계획을 밝힌 지난해 봄부터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이는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
현재 30년만기 고정금리 모기지대출의 이자율은 4.30%로 지난해 9월 4.49%보다는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해 평균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주택경기 부진에도 연준이 계속 테이퍼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모기지 금리는 더 상승할 전망이다.
옐레나 슐야테바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경기에는 날씨보다 연준의 테이퍼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후퇴는 이번 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여전히 많은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의 개선을 점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는 개선세가 덜 할수 있겠지만 올해에도 주택시장은 미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 1~2% 전망.."2분기 이후 본격 개선"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한파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2% 정도의 경제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장기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고 빈곤층에 대한 식품구입비 지원 제도인 '푸드스탬프' 예산이 삭감된 점은 1분기 경제 성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장조사업체 매크로이코노믹스어드바이저는 1분기 미국의 GDP 성장률이 1.5%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올해 전반적인 성장률은 3%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분기 소비지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만큼 이같은 일시적 악재들은 생각보다 빨리 소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해 있었던 세금 인상의 영향이 점점 희석되는 가운데 증시와 주택가격의 상승세만 이어진다면 소비지출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거스 파우처 PNC파이낸셜서비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드디어 자생적인 회복단계에 접어들었다"며 "2분기에는 다시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초 미 의회가 예산안에 합의하면서 연방정부의 지출이 안정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여야간의 예산안 싸움으로 보름여 동안 연방정부 업무가 일시 중단되는 셧다운을 겪으며 정부지출이 크게 감소한 바 있다.
뉴욕타임즈(NYT)는 "최근 몇년간은 정부 지출 감축과 부채한도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반복되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컸다"며 "올해에는 이런 문제가 해결된 만큼 경제 전반에서 정부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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