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토론회 후 최근 정부 부처별로 앞다퉈 기업투자를 막는 낡은 규제를 찾기에 나서며 규제개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에 환경부가 연내 환경규제를 10% 줄인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 부처별로 규제개혁 전담팀을 구성하고 소관 규제를 10%~20% 이상 감축하는 계획에 돌입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정부 부처 중 최초로 규제청문회를 열고 중복 인증을 통합에 나섰다.
그러나 쏟아지는 규제개혁 못지 않게 개혁의 내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시장의 지킴이로 작용하는 규제까지 사라지고 규제개혁이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서다.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관계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News1
이와 관련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규제는 특정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도입되므로 규제가 목적 달성에 적합한가 평가해야 한다"며 "규제평가를 내실화하고 정부의 정책 방향과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 중 규제개혁을 외치지 않은 정부가 없었지만 대부분 규제 영향분석을 소홀히 하고 정부 분야의 혁신은 내팽개친 채 민간 혁신만 강조했다는 것. 이에 시간이 매년 정부 등록 규제는 큰 폭으로 늘고 규제개혁이 反 서민적이라는 인식만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 교수는 "정부가 목표를 정해 강력한 개혁을 해야 한다"며 "전문 연구기관을 통한 규제 비용·편익 분석, 국제기준을 고려한 규제 도입, 의원입법 사전 검증, 지방자치단체 입법 개선, 정부 혁신을 통해 포괄적·시스템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연내 몇 % 감축' 식의 실적 올리기 규제 줄이기를 지양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있다. 기업투자를 이끌고 시장에 활력을 주는 규제 완화 만큼 시장 조정자 역할을 할 규제를 지키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가 발표한 환경규제 연내 10% 감축안에 대해 "환경규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자연을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우려한 일이 현실이 됐다"며 "환경부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망각한 행보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환경규제는 환경산업을 발전시키며 환경투자를 이끌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동력인데, 환경부의 이번 행동은 경제부처와 충성경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국민건강과 환경보호를 위해 강화할 규제가 무엇인지를 살피고 잘못 완화하면 문제가 될 규제를 찾아 조정함으로써 대통령이 원하는 규제개혁 드라이브 정책의 본래 목적 달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규제개혁 과정에서 국민과 환경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고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개혁 분위기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없는 규제개혁은 정작 필요한 규제개혁도 제대로 못 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인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전반적인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고 역대 정부처럼 대통령 임기 내에 성과를 내겠다는 식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면 환경과 복지, 노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불러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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