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전국이 슬픔과 애도 분위기에서 헤어날 줄 모르고 있다. 본격적인 봄을 맞아 각종 지역축제와 행사를 준비하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숙연해진 여론을 의식해 일정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지자체가 여는 축제는 100여개지만 이 중 상당수가 일정을 연기·축소·취소했다. 세월호에 대한 애도 분위기 속에 여론이 민감한데 축제를 여는 것은 국민 정서상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부산광역시 남구청는 5월3일부터 4일까지 열기로 했던 제18회 오륙도축제를 무기한 연기했다.(사진=부산광역시 남구청 홈페이지)
문제는 지자체가 행사 준비에 많게는 수억원의 예산을 들은 상태에서 일정을 취소했기 때문에 수익은커녕 빚만 지게 생겼다는 점이다. 지자체는 적자 재정을 걱정할 판이다.
문체부와 지자체에 문의한 결과, 밀양아리랑 대축제를 미룬 경남 밀양시가 축제에 배정한 예산은 총 6억8000만원. 이 중 밀양시 예산이 6억5000만원이나 된다. 충남 아산시가 일정을 취소한 성웅 이순신축제의 예산은 10억4000만원인데 아산시 돈은 10억원이다.
전북 전주시는 5월1일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를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관람객이 많이 모이는 개막식과 시상식, 레드 카펫, 리셉션 행사, 거리공연을 취소했다. 전주시가 이번 행사를 위해 쓰는 돈은 35억원 정도로 시 예산에서 20억원이나 나갈 예정이었다.
그나마 시 단위 지자체는 상황이 낫다. 군이나 구 단위 행사거나 외부 관람객 없이 지역민만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축제라면 재정 지출은 더 심각하다.
전남 함평군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를 의식해 그동안 함평군을 먹여 살렸던 함평 나비대축제를 취소했다"며 "아직 행사를 열기 전에 취소한 덕분에 홍보비만 썼기 망정이지 개막 직전에 행사를 취소했다면 비용 자체를 어림잡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축제와 행사를 주관하는 문체부도 걱정이다. 문체부는 올해 처음으로 오는 5월1일부터 11일까지를 '관광주간'으로 정하고 지자체와 전국 1000여개 관광업소와 연계한 대대적인 관광 붐을 일으킬 작정이었으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주간 홍보(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관광주간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비난 여론에 휩싸일까 걱정인 모습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는 22일 관광단체장 긴급회의를 열고 관광주간에 업종별 안전교육과 주요 관광시설 점검을 강화해 세월호 애도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의 적자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안행부에 따르면 지자체가 행사를 축소·취소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비용을 정산한다. 하지만 이는 행사에 참가하는 민간업체를 보조하는 것으로 지자체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이에 대해 안행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축제가 수백개고 예산이 전체 지자체별 예산의 90% 이상인 상황에서 취소된 축제마다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다"며 "세월호 애도 분위기가 빨리 가라앉길 바라고 국고보조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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