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월호 사고 후 원자력 업계를 비롯한 산업계 전반으로도 안전 점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전은 지난해 납품비리와 잇따른 고장으로 국민을 불안에 시달리게 만든 장본인. 정부는 사고 후 각종 원전 사고방지 대책을 내놓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 하는 모습을 봐서는 올해도 사고가 없다고 장담하지 못할 분위기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한 '원자력발전 사업자 등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법안은 원전 공기업 임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퇴직 후 재취업을 금지해 '원전 마피아'를 없애겠다는 것. 원전 부품 성능위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또 다른 법률인 '원자력안전법 개정안'도 감감무소식이다. 개정안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부품 성능검증기관을 지정하고, 이곳 직원은 공무원에 준해 관리하는 내용이다.
최근 관료들이 퇴직 후 관련 업계로 가서 이권을 챙기는 '관(官)피아'를 없애자는 주장이 계속되지만 정부는 정작 원전 마피아를 척결하고 원전 감독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에는 손도 대지 않은 셈. 지난해 원전 비리를 없애겠다며 부산을 떨던 모습과 딴판이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사진=뉴스토마토)
잦은 원전 고장과 노후 원전 재가동도 문제다. 올해 초 월성 원전 3호기 등 3기가 가동을 중단했다가 복구됐으며, 지난 3월에는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에 품질검사를 제대로 안 한 부품을 공급받았다가 부품 관리체계 미흡을 지적받기도 했다.
또 2007년 수명이 끝났지만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고리 1호기는 지난해 11월 발전을 정지한 일이 있다. 월성 1호기는 2012년 수명이 종료돼 현재 수명연장을 심사 중이지만 재가동 여부 심사과정에서 원전 당국과 민간검증단과 갈등을 빚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원전 당국이 월성 1호기 스트레스테스트 중간보고와 관련된 간담회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성능시험을 다양한 환경에서 실시하는 게 아니라 소규모 시험으로만 진행해 각종 사고상황에 대한 개별성능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은 "월성 1호기는 원자로 건물 등에 대한 내진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며 "스트레스테스트는 최악의 자연재해에서도 원전이 안전한지 판단하는 것인데 주요 점검이 빠진 스트레스테스트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요식행위"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여름에도 원전 사고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세월호는 노후 선박을 무리하게 증축하고 수명을 늘려 운전한 탓에 사고가 났다"며 "노후 원전도 평가를 강화해야 하고 원전 안전에 대한 각종 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밀실로 처리하지 말고 국민에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원전 당국은 원전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행정조치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초 범부처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원전 사고방지 대책이 표류하면서 원전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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