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030원대로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침체로 내수가 부진해 어떻게든 수출활로를 뚫어야 하는 마당에 환율이란 복병을 만나 골치를 썩이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세월호 사고 수습과 안전대책 마련에 신경을 쏟느라 수출기업 지원과 환율방어에는 손을 못 쓰고 있어 수출 호조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6원 오른 1033.2원에 마감했다. 전날에 비해 소폭 올랐지만 지난 3월 이후 급락세가 지속됐다.
◇2014년 1월 이후 환율 변동 추이(사진=대신증권)
환율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단연 산업계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운데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
실제로
현대차(005380)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4.8% 늘었지만, 매출액은 17조719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영업이익은 1조4520억원으로 전년 같은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3% 정도 줄었다.
KB경영연구소 관계자는 "환율이 10% 떨어지면 영업이익은 0.8% 하락한다"며 "전기·전자와 자동차, 선박 등은 수출의존도가 높아 환율 하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율 내림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산업계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김민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질실효환율과 형태균형환율로 최근의 균형환율을 산출하면 1122원에서 1134원으로 분석된다"며 "그러나 4월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돼 균형환율과 실제 환율의 괴리는 더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환율방어에 나서고 수출기업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지만, 정부는 환율변동의 위험성만 내세울 뿐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원화강세가 한국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위험만 강조하고 아직까지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환율과 수출의 연관성을 낮게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의 환율 변동은 단기간에 진행돼 수출에 큰 타격을 안 줄 것"이라며 "수출은 세계 수요와 관련됐기 때문에 환율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환변동보험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민정 연구원은 "환율이 균형 수준에서 장기간 크게 벗어나면 변동성이 확대돼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환율 쏠림이 발생하지 않게 정부의 안정적인 외환시장 정책이 필요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환율 컨설팅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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