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하는 적합업종에 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1일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거나 법률로 규율하는 18개의 모범거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완화 의지에 따른 일련의 조치다.
이중 제과점·커피전문점 500m, 치킨 800m 등 업종별로 점포 간 거리제한을 둔 모범거래기준은 오는 8월 시행될 예정인 가맹거래법 개정안의 규율을 받도록 했다. 이 개정안에 따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는 영업지역을 함께 설정하고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동반위는 지난해 3월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에 한해 중소 제과점의 500m 이내에서는 신규 출점하지 못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모범거래기준 폐지와 함께 성장에 발목이 잡힌 대기업의 요구가 더해지면서 적합업종 권고안에 따른 제과점 출점 제한도 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총 3200여개 매장에서 29개를 확장하는 데 그쳤고, 뚜레쥬르는 지난해 단 1곳의 매장도 추가로 열지 못했다.
신임 동반성장위원장의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적합업종 사업의 동력을 잃게 하고 있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지난달 29일 2년 임기를 마쳤지만, 아직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동반위는 올해 34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추가 지정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 82개 업종을 재지정할 계획으로, 4월까지 신청을 받으려던 일정을 오는 6월 공청회를 진행한 이후로 늦추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달 중 안산에서 공표하기로 했던 올해 동반성장지수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다음달 11일 서울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연기했다.
동반위 관계자는 "모범거래기준은 가맹점 간 영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적합업종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적합업종 권고안을 발표하기 전 이해 당사자들이 충분히 합의한 내용임에도 거리제한 논란이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적합업종 권고안은 시장 상황의 변화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심각한 피해가 있으면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재심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일 중소기업연구원이 개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개선 및 재합의' 세미나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이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모든 업종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중소기업의 생존권이 흔들리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합업종 권고 기간을 일괄적으로 3년 연장하고, 미합의 시 처리 절차에 대한 명확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적합업종 재합의 신청 단계에서 중소기업이 당위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신청단체의 대표성과 적합업종 타당성에 관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명확한 성과 분석을 토대로 재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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