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대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양팀의 선발 투수가 각각 3회도 가지 못하고 조기 강판된 가운데 롱 릴리프 계투들의 투구가 이어졌다. 갑작스레 전개된 이같은 경기 진행의 변동을 이겨내고 결국 승리를 기록한 팀은 선두팀이자 홈팀인 삼성이었다.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는 14일 오후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 상대의 홈 경기에서 6-7의 역전승을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이날 선취점은 두산이 기록했다. 두산은 2회 1사 이후로 홍성흔의 초구 안타와 이후로 이원석과 고영민이 연이어서 터뜨린 중견수 왼쪽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곧바로 장민석이 중전안타를 날리면서 두산은 2득점하며 경기 초반 달아났다.
그렇지만 삼성은 곧바로 역전했다. 1사 이후 이지영의 안타와 김상수의 몸에 맞는 볼에 박해민의 우전안타를 묶어내서 만든 1사 만루의 상황에 박한이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이어지며 삼성은 한 점을 쫓았다. 계속된 2사 2, 3루 상황에 박석민이 초구를 몸에 맞아 다시 만루 상황이 전개됐고, 삼성의 4번 타자인 최형우는 중견수 왼쪽으로 2타점을 내는 2루타를 날리며 이날의 결승점이 될뻔한 역전 점수를 기록했다.
두산 벤치는 결국 이재우를 조기 강판했다. 이재우가 2회 2사 상황까지 47구를 던지며 기록한 성적은 '1.2이닝 4피안타 2볼넷 2사사수 1탈삼진 3실점'.
삼성은 3-2로 역전에 어렵잖게 성공했지만 마운드에서 장원삼을 내리고 차우찬으로 바꿨다. 장원삼이 허리통증을 호소했기 땨문이다.
결국 이날의 경기는 양팀의 투수가 조기 강판된 채 계투가 절대 다수의 이닝을 던지는 상황이 됐다. 두산은 노경은이, 삼성은 차우찬이, 이날 경기에서 팀의 운명을 맡아 던졌다. 그렇지만 이날 공은 차우찬이 더욱 나았고 이날 승리도 삼성이 따냈다.
◇차우찬.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노경은과 차우찬의 조기 롱릴리프 싸움, 차우찬이 우세했다
차우찬은 7회 고영민과 장민석을 연이어서 내보내며 무사 1, 2루 위기를 엮긴 했지만 6회까진 잘 던졌다. 특히 3회부터 5회까지 3이닝의 9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해 장원삼의 강판에 당황하던 대구의 팬들을 안심시켰다.
차우찬은 6회 선두타자 허경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10타자 연속 범타'를 이뤘지만, 이후 김현수를 실책으로 내보내고 칸투·홍성흔을 각각 우전안타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차우찬은 양의지를 유격수 인필드플라이 아웃으로 아웃시키고 이원석을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4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2자책)'.
노경은은 이날 2회 2사 2, 3루 실점 위기에서 등판해 이승엽을 1루수 땅볼로서 잡으며 기분좋게 시작했다. 3회에도 6~8번타자를 7구만에 모두 범타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노경은은 4회말 삼성에 2점을 내주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선두타자 김상수가 안타로 출루하고 도루로 2루에 진루한 상황에서 뒤이은 박해민에 적시타를 허용한 것이 실점의 시작이었다. 2사 1, 3루 상황에서는 이승엽에게 중전 적시타를 줬다. 5회말 타자 5명을 상대로 17구를 던지며 2안타 무실점 투구를 했지만 5회가 끝나고 그는 마운드를 김강률에게 넘겨줬다. '3.1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2실점)'.
두산의 이날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온 김강률은 6회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중견수 뒷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 규모의 홈런을 내주면서 삼성과의 점수차를 4점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최형우와 이승엽, 김태완을 범타 처리해 추가 실점은 막았다.
◇김상수.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끈질기게 따라붙은 두산..하지만 삼성의 뒷심이 강했다
차우찬은 7회에도 마운드에 섰지만 고영민과 장민석에게 연이어서 안타를 내주면서 무사 1, 2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삼성 벤치는 차우찬 대신 심창민을 올려 민병헌을 중견수 뜬공으로 막았고, 이후 투수 박근홍을 마운드에 올렸다.
박근홍의 등장음악은 휴대전화의 진동이다. 대구구장 어디서나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진동 소리와 함께 전광판에는 '소리없이 강한 남자 박근홍의 등장음악입니다'란 메시지가 나왔다. 대구구장의 관중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박근홍의 등장에 삼성 팬들은 기대가 컸다. 이번달 5차례 등판해 6일자 경기에서 1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무실점 호투를 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박근홍은 오재원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를 만들더니 김현수에겐 점수를 내주는 땅볼을 허용했다. 결국 박근홍은 삼성 필승조의 일원인 안지만으로 곧바로 바뀌었다.
그러나 안지만은 칸투를 상대로 초구부터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두산을 턱밑까지 쫓도록 했다. 2-6의 점수는 이후 3-6을 거쳐 어느새 5-6이 됐다.
하지만 안지만은 칸투 다음 타자인 홍성흔에게 안타를 주고 후속 타자들은 연달아 범타로 잡으면서 안정감을 찾았다. 불안하긴 하지만 삼성의 승리가 목전에 다가왔다. 9회만 막아 이기면 되는 상황.
그런데 9회에 등판한 '창용불패' 임창용은 예상과 달리 동점을 만들었다. 9회 1사 이후 타석에 오른 두산의 타자 오재원이 우중간 안타와 도루에 상대 실책을 곁들여 3루로 달렸고, 칸투의 좌중간 깊숙한 2루타에 홈을 밟은 것이다. 경기는 결국 원점이 됐다.
그래도 삼성은 뒷심이 있었다. 9회말 1사이후 채태인이 2루타를 때리며 반격 기회를 만든 삼성은 대타 백상원이 내야 땅볼로 채태인을 3루로 보냈고 김상수가 끝내기 안타를 때리며 짜릿한 승리를 이뤘다. 연장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이날 혈투 마침표는 그렇게 찍혔다.
삼성은 2연패에서 벗어나 시즌 35승2무18패(승률 0.660)를 기록,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반면 두산은 3연승 도전에 실패한 채 시즌 31승27패(승률 0.534)가 됐다. 이날 경기가 없던 넥센(30승1무26패, 승률 0.536)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4위로 추격당했다.
생애 첫 톱타자로 출격한 박해민이 5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끝내기의 주인공 김상수도 3안타 경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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