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금융사 임직원들의 징계를 결정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다음 달로 미뤄지면서 감독당국와 KB금융지주가 장외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명 진술을 끝낸
KB금융(105560)은 이제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외부변수에 힘이 실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중징계의 근거가 되는 유권해석이 흔들릴 수 있어 당국은 다음 제재심까지 반박자료를 챙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금감원 제재심에서는 오후 2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회의를 이어 갔지만 임영록 회장 등 KB금융의 소명 진술만 듣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들였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서는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소명 진술만 듣고, 시간이 부족해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국민채권위조 건에 대한 소명은 하지 못한 채 제재심이 끝났다.
금융당국은 미처리 안건을 내달 3일 열리는 제재심에서 처리할 계획이지만 문제는 17일이나 이후로 연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다음 제재심에서 이건호 행장의 추가 진술이 진행되고, KB금융 임원들이 제재심의위원과의 질의응답을 위해 한번 더 출석하게 될 경우 최종 징계 결론은 7월 중순으로 미뤄질 수 있다.
특히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외부 변수들이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은행 개인신용정보의 카드사 이관에 필요한 신용정보법상의 금융위 이전 승인 누락을 문제삼고 있는데, 감사원은 이 과정에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카드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한 임 회장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날 금감원 제재심에 참석한 관계자는 "당국이 제재심 개최 전 모두발언을 통해 감사원의 결과에 따라 징계 이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징계수위도 유동적"이라고 예상했다.
KB금융으로서는 외부 변수가 내심 반갑다. KB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내용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면서도 "알려진 게 사실이라면 애초 금융지주사법상 중징계 사안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사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산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최근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IBM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제소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는 주전산기 교체를 결정한 이사회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공정위에 호소하는 성격이다.
이는 당초 우섭협상자에서 제외된 IBM 측으로부터 이메일을 받고 이사회 결정에 문제의식을 가진 이건호 행장과 상임감사의 문제의식도 근거가 약해진다. 전산시스템 관련 감독책임으로 중징계를 맡은 임 회장에게 징계가 경감되는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당국은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제재심의 일정이 연기될수록 중징계의 근거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금감원은 중징계를 밀어부치는 이유가 있다며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필요한 추가 자료를 철저히 준비해 다음 제재심에 (KB 징계안을) 다시 상정해 진술자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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