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V낸드를 적용해 개발한 SSD 신제품 '850 프로'.(사진=황민규기자)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낸드)가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산한 V낸드가 소비자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에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성능을 크게 끌어올리면서도 강력한 원가절감 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4 삼성 SSD 글로벌 서밋'에서 삼성전자는 국내외 미디어,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공식적으로 V낸드 SSD 제품 출시를 발표했다. 4종의 제품으로 출시된 '850 프로' 시리즈는 기존의 '840 프로' 대비 최대 용량을 두 배 가까이 늘렸고, 전력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TLC(트리플레벨셀) 기술과 V낸드를 '원투펀치'로 원가절감에 성공하는 동시에 기술적 측면에서도 도시바, 인텔 등 경쟁사들보다 월등한 완성도를 과시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통상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TLC 방식으로 SSD를 개발해 840 시리즈로 업계 최고급 성능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기준 TLC 비중은 55%로 사상 최초로 절반을 돌파했다. TLC 공정이 주로 사용되는 메모리카드 사업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TLC 공정이 SSD향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같은 기간 도시바의 TLC 양산 비중은 23%, 마이크론은 2%, SK하이닉스는 0%에 불과하다.
V낸드의 경우 수직 적층을 통한 탑재 용량 확대와 안정성 강화, 소비전력 절감 등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기존 수평구조 낸드는 10나노급 이하로 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간섭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는 등의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V낸드는 적층 방식을 수직으로 바꿔 나노를 줄이는 대신 레이어(층)을 쌓아 셀의 저장 공간을 늘리는 한편 간섭현상을 막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아직까지 V낸드가 원가 절감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평면구조 낸드 공정 대비 큰 폭의 생산성 강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삼성이 V낸드를 발표한 이후 한동안 관망하던 도시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도 뒤따라 수직구조 낸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가 V낸드를 적용해 개발한 SSD 신제품 '850 프로'.(사진=황민규기자)
업계에서는 V낸드 기반의 SSD가 TLC 기술과 함께 높은 가격대로 인해 쉽게 대중화되지 못했던 SSD의 보급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들어 낸드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SSD 확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해 SSD의 시장 성장이 30% 수준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는 조만간 수직적층 기술과 TLC 기술을 통합한 'TLC V낸드' 양산에 대한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이날 "조만간 대대적인 3비트 V낸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별도의 발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현재의 SSD 시장 1위 지위에 만족하지 않고 '카테고리 챔피언'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무제한적인 콘텐츠 생성과 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해 '삼성전자=SSD'라는 공식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삼성은 시장 점유율 확대뿐만 아니라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제품 설명에 나선 정도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브랜드제품마케팅팀 과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SSD 업체 중) 유일하게 모든 부품들을 직접 통합해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D램과 낸드 제조사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내부적으로 SSD 컨트롤러, 아키텍처, 펌웨어 등을 스스로 구축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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