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 이통사에 "살려달라" 눈물..냉혹한 시장논리
2014-07-10 11:56:32 2014-07-10 12:00:51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팬택이 침묵을 깼다. 생존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출자전환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잘 아는 터라 마지막으로 호소에 나섰다. 그간의 초조함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통3사의 출자전환 거부를 주도하고 있는 SK텔레콤에 대한 섭섭함이 나올 법도 했지만 뒤바뀐 상황 속에 생존에 모든 것을 걸었다. 팬택은 지난 2005년 마땅한 인수처가 없던 SK텔레텍을 인수하면서 고용승계를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SK그룹이 소버린의 공세로 경영권을 위협받을 때는 수차례 지분 매입을 통해 든든한 백기사를 자처했다.
 
시장은 그렇게 냉혹했고, 약자로 돌아선 팬택으로서는 읍소 외에는 길이 없었다. 팬택은 10일 오전 서울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진행 현황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채권단은 물론 생명줄을 쥔 이통3사, 기존 고객, 협력사 등에 대한 사죄를 구한 뒤 마지막 기회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준우 대표는 "이통사·채권단 입장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둘러싸고 여러군데서 말이 많았지만 팬택은 나서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나온 기류로 봤을 때 이통사가 자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팬택은 이통사 결정에 따라 생사가 결정되지만 직접적인 접촉은 하지 않고 있다. 박창진 부사장은 "이통사들과 계속해서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채널은 열려 있다"면서도 "전면에 나서서 채권단과 이통사간의 사안을 조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채권단과 사업자 간의 제안사안이고 결정사항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통사들이 출자전환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회생한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는 게 정확한 기류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생산력과 마케팅 등 자본싸움에서 현저하게 밀리는 팬택을 품에 안을 경우 자칫 독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혁신을 잃으면서 기존 자본 구도로 시장이 재편됐다. 제조사간 기술 편차가 급격히 줄며 차별화를 찾기 어렵게 됐다. 더 이상 고가의 프리미엄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렵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이는 중국 등 가격 경쟁력을 갖춘 후발주자들의 전장으로 변했다. 오늘날 삼성을 있게 한 갤럭시의 퇴보가 이를 증명한다.  
 
◇(왼쪽부터)문지욱 중앙연구소 소장(부사장), 이준우 사장, 박창진 마케팅본부 부사장(사진=뉴스토마토)
  
그럼에도 팬택은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문지욱 중앙연구소 소장(부사장)은 "스마트폰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카·IoT 등 여러 기술이 파생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스마트폰 산업은 ICT산업에서 큰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문 부사장은 이어 "최근 혁신 아이콘이 사라지면서 회사들이 기술보다 마케팅으로 중심 축을 옮긴 탓에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잠시 시기가 늦춰졌을 뿐 기술혁 신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도 해내지 못한 아이언 테두리와 사생활 보호에 민감한 흐름을 캐치하고 국내 최초로 도입한 지문인식 등 팬택만의 장점이 있다.
 
팬택은 회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힘을 줬다. 이 대표는 "경영정상화 방안은 수개월간 실사를 기반으로 팬택의 5개년 계획을 더해 나왔다"며 "재무구조개선 방안 중 채권단이 제시한 안과 사업자 요청 등이 제대로 된다는 전제 하에 생존에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자전환이 이뤄지고 채권단 제시안대로 되면 외부 추가자금 없이 독자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며 "방안 중에는 해외매출 부문이 2년 후부터 늘어나는 걸로 돼 있는데 이를 1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외부 투자까지 이뤄지면 회생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팬택의 내수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은 해결해야 할 요인이다. 현재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가 80%, 해외가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팬택은 해외 사업에서 실패한 이유가 국내와 비슷한 제품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준우 대표는 "국내시장에서는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였지만 제품의 차별화였지, 전략의 차별화는 아니었다"며 실책을 시인하고 "앞으로는 이 점을 고려해서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사업을 조정하면서 해외에 완전히 차별화된 제품만 내놓고 있다"며 "월드와이드 글로벌 로밍되는 제품 등 데이터 디바이스가 해외사업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팬택의 이 같은 확신에도 이통사가 끝내 출자전환을 거부할 경우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남은 것은 법정관리 수순 밖에 없다. 팬택이 마지막 희망을 걸며 눈물로 호소하는 까닭이다. 또 그간 수차례 위기 속에서도 끝내 살아난 오뚝이의 신화를 이대로 무너뜨릴 수 없다는 절박함도 내포됐다.
 
이 대표는 "법정관리로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 훼손과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어려운 상황에서 팬택을 지켜 온 직원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우리가 잘했다고 항변하는 게 아니다"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팬택을 살려 또 한 번 기회를 달라는 마음이다"고 현 심정을 피력했다. 또 "팬택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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