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부품가 공개..실효성 논란
2014-08-05 15:30:32 2014-08-05 15:35:04
[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랜만에 반가운 정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자동차부품의 소비자가격을 제작사가 공개하도록 의무화한 것인데,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됐다.
 
국토부는 지난 4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자기인증 요령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자동차 제작자가 판매한 자동차부품의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새로운 규정은 "자동차제작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소단위로 부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부품가 공개를 꺼려하는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갈 여지를 남겨뒀다.
 
부품 가격이 나와있는 화면을 홈페이지에서 찾기 어렵도록 숨겨놓는가 하면, 영어로 된 부품명을 직접 입력하고 검색해야만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해 명색은 갖추면서 실효성이 없도록 제한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동안 과도한 부품값과 수리비 청구로 이번 개정의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해온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가격 공개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것은 더욱 문제다.
 
<뉴스토마토>가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국내 수입자동차협회 회원사 22곳의 홈페이지를 모두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가 부품명을 영어로 검색해야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을 함께 명시한 업체는 한국토요타와 볼보코리아에 그쳤다. 그러나 이마저도 어느 경로로 찾아 들어가야 하는지는 쉽지 않았다.
 
메인 홈페이지에 부품가격을 명시하는 링크를 걸어둔 벤츠코리아도 영어로 된 정확한 부품명을 입력해야 찾아볼 수 있어 실제 소비자들이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인 BMW코리아도 3~4번의 경로를 거친 후에 영어로 된 부품명을 검색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했다.
 
◇벤츠코리아(위)와 BMW코리아(아래)가 부품가격을 명시한 인터넷 페이지. 영어로 부품명을 검색해야 하는 불편 뿐만 아니라 이 페이지에 들어가기 위한 경로도 찾기 쉽지 않도록 돼있다.(사진= 각사 홈페이지 캡쳐)
 
◇논란 부추긴 당사자가 정부..행정조치 무능함 사례
 
이러한 논란을 부추긴 당사자가 바로 국토교통부라는 것은 정부 행정조치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미 지난해 7월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한 뒤 올해 초 시행규칙까지 마련하는 등 1년이 넘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구체적인 세부지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의 무성의한 부품가격 공개는 필연적인 수순일 수밖에 없었고, 언론과 소비자들의 비난은 더욱 들끓게 됐다. 여기에 규정을 어길 시 받는 제재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불과하다는 것도 실효성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과거 수입차 과다 수리비용의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김효중(28)씨는 "가벼운 접촉사고 후 청구된 수리비용이 수백만원 나왔었는데 벌금형 300만원은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며 "구체적인 지침도 없고 제재도 미약한 상황에서는 어떤 회사라도 부품가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토부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편한 점이 있다면 자동차 제작사와 협의해 개선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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