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그간 여타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수준에서 처벌해온 재벌총수들의 사익편취행위를 제재할 별도의 기준이 신설됐다.
총수 개인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취할 근거로써 '고발지침'을 마련해 총수일가의 부당거래를 사전에 억제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시작전부터 고발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에 규제대상도 적은데, 위법수위마저 너무 높게 설정됐다는 것.
사익편취행위 규제대상은 매년 4월 지정되는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이다. 지난해 기준 208개사다. 이중에서도 공정위 고발지침에 따라, 고발이 가능한 대상은 총 129개사(62%)에 그친다. 원칙적으로 법 위반점수가 2.5점 이상일 때 고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 총 3점 만점에서다.
사익편취행위로 벌점 2.5점 이상을 받으려면 ▲부당성의 정도가 '크고' 총수일가의 지분보유율이 50~80% (또는 위반액 50~200억원)이거나 ▲부당성의 정도가 '보통'이고 총수일가의 지분보유율이 80% 이상(또는 위반액 2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참작사항이 되는 위반 내용과 그 정도중 적어도 하나가 '상' 수준이어야 하고 나머지도 '중'보다 높아야 하는 것.
더구나 부당성을 판단하는 잣대도 '크다, 작다' 등으로 모호해 공정위의 재량권이 너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높힌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고발기준이 구체·계량화해 고발결정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고발권 행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발지침을 만들기 전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과거 부당지원행위 9건중 4건이 고발대상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효성을 정태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고발로까지 이어졌던 시뮬레이션 결과는 한 건도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개인의 책임소재를 판단하기 위한 행위 등이 과거 심사보고서 사례에서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아 시뮬레이션을 하기 곤란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공정위는 대규모 기업집단들에 추가적인 압박 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발지침 신설을 자체적으로 높이 사고 있다.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벌인 일감 몰아주기 등에 부당지원이 아닌 특수관계인 사익편취가 적용되면 계열사뿐만 아니라 관여한 총수일가도 고발할 수 있기 때문.
공정위 관계자는 "개인(총수일가)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는 그간의 행위유형 구분방식으로는 포섭이 안 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간 위반행위를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경제력집중 억제규정 위반 ▲부당한 공동행위 및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참가 ▲불공정거래 ▲부당한 지원 등 총 5개 유형으로 나눠 과징금 부과기준을 각각 적용해왔다.
이번에 심사기준이 마련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는 부당한 지원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의 행위로서 추가된 것이다. 부당한 지원 행위유형도 과거 불공정거래 행위유형에서 분리돼 별도의 과징금 기준 등을 적용 받게 됐었다.
그러나 여전히 총수에 대한 개인고발 건을 실제 사례로 만나게 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공정위는 지시 증거가 나타나면 무조건 고발한다는 입장이지만, 총수의 직접 지시와 같은 객관적 증거가 드러나지 않고 관여한 '정황'만 있는 경우 고발이 곤란하기 때문.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개인고발은 보복성 불이익 제공행위에 대한 고발과 마찬가지로 악의성이 인정되는 혐의기 때문에 점수를 산정할 필요 없이 고발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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