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추석을 앞두고 중소기업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21조여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키로 한 가운데, 대기업도 4조원이 넘는 물품 대금을 추석 전에 조기 지급키로 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대기업이 유동성 지원에 나섰지만 중소기업 현장의 자금난은 여전히 제자립니다.
우선 정부는 지난 19일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20조8614억원의 자금을 대출이나 보증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시중은행이 14조원 가량, 국책은행이 4조원, 중기청 6000억원, 한국은행 2600만원 가량의 대출지원과 함께 보증형태로 2조원도 추가로 공급키로했습니다. 이 같은 정부지원은 지난해보다 4조3000억원 가량 늘어났습니다.
대기업들도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에 동참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 LG,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지금까지 발표된 물폼 조기지급액만 4조4100억원에 달합니다.
삼성이 협력사에 선지급하는 물품대금은 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00억원 금액을 늘렸습니다. 현대차그룹도 협력사 2000여곳에 납품대금 약 1조1500억원을, LG 역시 1조1000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추석 전으로 앞당겨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이 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지극히 낮았습니다.
정부 정책이 여전히 현장과 동떨어져 있어 실효성을 갖추지 못한 데다, 대기업 지원의 경우 주로 1, 2차 벤더에 집중되기 때문에 최하단에 있는 하청 업체는 그 온기를 전달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특히 대기업과 관계 없는 소규모의 영세업체들은 여전히 지독한 자금난을 겪고 있습니다. 이때문에 중소기업 안에서도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대출을 늘린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작은 기업들에겐 문턱이 높아, 여전히 은행과 거래하기가 어려운 기업들도 많습니다. 이때문에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출 기준과 수치는 높아지지만 정작 기업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900여곳을 대상으로 추석 자금수요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추석을 앞둔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은 지난해보다 한층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자금사정을 묻는 질문에 '곤란'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7.2%로 지난해보다 3.6%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 '원활'하다는 응답은 단 13.7%에 그쳤습니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주요 원인으로는 '매출감소(77.7%)', '판매대금 회수 지연(52.8%)'을 꼽았는데요. 여기에서도 꽉 막힌 돈줄 흐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자금난은 추석 상여금에도 반영돼 지난해 83만원보다 무려 20만8000원이 감소한 62만2000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중소기업 측에서는 정부가 추석자금으로 21조원을 푼다고 말하지만, 자금을 어느 수준으로 공급하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자금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한시적인 자금 지원만으로는 1차를 넘어 2,3차까지 전체 벤더의 자금흐름에 숨통이 트이기는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자금 지원을 명확히 하기위한 방안으로 추석명절이 이후에 정부가 실제 각 금융기관이 추석자금을 중소기업에 얼마만큼 어떻게 지원했는지 지원실적을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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