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피해자 6명(송창호씨 외 5명)이 삼성전자와의 6차 피해보상 교섭을 앞두고 반올림과의 결별과 함께 독자 협상을 선언했다. 반올림이 피해자 및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보다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주장이다.
3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예정된 6차 교섭을 앞두고 피해자 및 유가족 6명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삼성과의 독자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 반도체 산재 피해자 측인 송창호씨는 "삼성과 반올림 협상단이 지난 1년6개월 동안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어떤 진전도 없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위원회에는 송창호씨를 비롯해 정애정씨 등 반도체 피해자 및 유가족 6명이 속해 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유명한 고 황유미씨의 부친인 황상기씨와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한혜경씨의 모친인 김시녀씨만 반올림 교섭단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위원회는 반올림과는 별도로 삼성전자와의 직접 교섭을 통해 피해자 보상안 마련 등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의 사과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보상안 마련에 전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은 이견이 있는 이들 6명을 제외하고 협상할 것을 삼성 측에 요청했지만 가족들은 교섭 테이블에도 협상 주체로서 계속해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내부 갈등으로 인한 극단적 혼선이다.
반올림과 피해자 유가족 간의 내부 갈등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핵심은 이해 충돌이다. 반올림 측은 그동안 반올림과 피해자 및 가족들의 요구가 일치한다고 주장하면서 사실상 피해자와 동일한 지위를 요구해왔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과 이후 교섭이 시작되며 사실상 이 같은 지위를 부여받았고, 이에 따라 그간 논란이 됐던 위임장 문제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피해자 유가족 중 하나인 정애정씨는 반올림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문에서 "피해자 가족을 주체로 하고 반올림은 우리의 위임을 받고 교섭을 재개해서 우리가 작성한 요구안 달성에 전력하자. 주체가 누구인 것이 중요한가. 요구안 피력이 더 중요치 않은가"라는 견해를 밝히며 반올림의 지위를 문제 삼았다.
송창호씨도 "그동안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한 사안을 반올림이 교섭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반올림 측은 가족들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협상이 끝난 뒤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삼성전자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이날 교섭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올림과 피해자 유가족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난감한 입장"이라며 "양측의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반올림과 별도로 협상단을 꾸린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및 유가족.(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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