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국가채무는 늘고, 재정건전성은 더욱 멀어졌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내년도 예산안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한 가운데 나라살림의 실질 상태를 보여주는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는 더욱 악화됐기 때문.
세입여건 악화로 나라곳간에 들어오는 돈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총지출을 대폭 축소해야 하지만 경기회복과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서는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야 한다. 여기에 복지 의무지출 등 나가야 할 돈도 정해져 있다. 없는 살림에 이것저것 다 하려다 보니 국가채무 증가와 재정건전성 악화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18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예산안'을 보면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보다 5.7%(20조원) 늘어난 376조원으로 편성됐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당초 계획한 3.5%(12조원) 증가보다 8조원이나 늘었다. 과거 통상적인 5~6조원대의 추경 지출 규모보다도 훨씬 많다.
반면에 총수입은 세입여건 악화로 올해보다 3.6% 증가에 그친 382조7000억원으로 전망됐다.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당초 전망한 6.2% 증가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로, 내년도 세수부족분은 약 10조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다.
국세수입만 봐도 최근 내수부진과 한국은행의 중기물가목표(2.5%~3.5%)에도 못미치는 1%대의 저물가 행진, 원화절상 추세 등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2.3%(5조원) 증가하는 것에서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세외수입과 기금수입도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과 사회보험료 수입증가 등으로 올해보다 5.5%(8조4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나라곳간을 채우기에는 아직 부족한 규모다.
이렇다보니 나라살림의 실질 상태를 보여주는 내년 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 수준인 33조6000억원 적자, 국가채무는 GDP 대비 35.7% 수준인 570조1000억원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재정건전성은 포기한 셈이다.
정부는 일시적으로 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악화되더라도 우선 총지출을 최대한 늘려 경기회복을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내년도 10조원 규모의 세입부족 전망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재정지출을 줄이면 세입도 줄 것이고, 지금 우리가 당면한 현안 과제들을 해결하는 재정의 역할을 해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 차관은 "재정의 커다란 큰 목표가 하나는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두 가지 사이에서 재정당국의 고민이 크다"면서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확대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게 더 중요하다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확장적인 재정지출로 내수활성화 및 경기회복을 기대, 세수증대로까지 이어져 중기 재정건전성 회복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도 확신하고 있다. 여기에 세출 구조조정 등 강도 높은 재정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세수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재정여건 변화 등으로 새로운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함께 내놨다. 낮은 경상성장률 추세로 인한 세입여건 악화 등으로 재정수입이 목표치에 미달하니 재정운용 방향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2014~2018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재정수입은 2014~2018년 기간 중 연평균 5.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재정지출은 이 기간 중 연평균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이후에는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는 등 재정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고, 재정수지는 2016년 이후부터 단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16년 이후에는 적자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2018년 관리재정수지를 GDP의 -1.0% 수준으로 개선하고, 국가채무는 2015년 이후 증가 속도가 감소해 2017년 이후에는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세수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평균 5.1%의 재정수입 증가 전망은 장밋빛 전망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재정건전성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는 균형 재정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재정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보니 지출만 늘어나고 있는데, 재정 지출로 인한 경기 부양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면 재정만 악화될 것"이라면서 "특히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복지 분야에 대한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는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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