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005930)가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인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대결을 벌인 결과 고배를 마셨다. 현대차그룹 3개사가 감정가의 3배가 넘는 거액을 제출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사실상 경쟁이 무의미진 셈이다.
18일 한국전력은 최고가 낙찰 방침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삼성동 한전 부지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7일 오후 4시 마감한 한전 본사 부지(토지면적 7만9341㎡) 입찰에 10조5500억원에 달하는 입찰가액을 제시하고 18일 오전 입찰보증금 납입까지 마쳤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이번 삼성동 부지 입찰에 총 13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유효입찰자는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2개 기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2파전이었다는 얘기다. 재계 일각에선 삼성전자는 5조원대의 입찰가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낙찰결과가 전해진 이후 삼성전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결과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부지의 용처에 대해 현대차그룹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었다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내부적으로 낙찰 발표 이후 부지 활용 계획과 조감도 등 구체적인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과가 당초 경영진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외적으로 피력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입찰에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최대한의 베팅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17일 오전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신종균·이상훈 사장 등 사내 이사들이 모인 가운데 한전 부지 입찰에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참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으며,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천328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한편 삼성동 부지가 현대차그룹에게 넘어가며 재계 일각에서 거론되던 '삼성동 시대 개막'은 사실상 무산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 규정에 따라 삼성전자가 얼마의 금액을 제출했는지도 사실상 비밀에 붙여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저하에 따른 부담감 등으로 무리한 베팅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해석도 있다.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전경.(사진ⓒ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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