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불황에 사업 다각화 vs 한우물 파기
2014-09-23 11:12:27 2014-09-23 11:56:49
◇SK가스가 지분을 투자한 고성그린파워의 조감도.(출처=SK가스)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LPG(액화석유가스) 소비가 나락으로 떨어진 가운데 SK가스와 E1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서면서 결과가 주목된다.
 
SK가스(018670)는 LPG를 활용한 가스화학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석탄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발을 넓히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E1은 셰일가스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며 추가적인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SK가스가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라면 E1은 한우물 파기로 업황 침체에 맞서고 있는 구도다.
 
23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E1(017940)은 올해부터 미국 가스업체 엔터프라이즈에서 구매한 셰일가스를 북미 인접 국가에 직접 판매하고 있다.
 
E1은 지난 2012년 엔터프라이즈와 연간 18만톤 규모의 셰일가스 수입계약을 맺고 올해와 내년 각각 18만톤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셰일가스 운반 통로로 이용하려던 파나마운하의 확장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계획을 변경했다.
 
파나마운하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이어주는 지름길로, 이곳을 이용하면 중동산 대비 20% 저렴한 천연가스를 더 빨리 운송할 수 있게 돼 경제성이 높아진다. 확장공사는 당초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몇 차례 공사가 지연되면서 내년 초로 미뤄진 상황. 이에 E1은 국내 대신 운송비 부담이 적은 지역으로 방향을 틀어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E1 관계자는 "파나마운하를 이용하지 않고, 국내에 들여올 경우 수익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계약 전량을 트레이딩을 통해 다른 국가로 판매하고 있다"면서 "계약 종료 뒤 추가적으로 들여올지 여부는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E1은 지난 18일 미국 카디널가스서비스에 총 8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카디널가스서비스는 셰일가스 채굴 업체들이 시추한 가스를 석유화학 업체들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운송·서비스 업체다.
 
E1은 카디널가스서비스 투자를 통해 수익성 제고는 물론 생산·소비처로부터 셰일가스 시장 정보를 파악하는 데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셰일가스 채굴은 물론 국내 수입까지 현실화된다면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가스는 E1과 달리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기존 LPG사업의 확장판인 PDH 사업에 진출하는 한편 화력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도 뛰어들었다. SK가스와 사우디아라비아의 APC의 합작사인 SK어드밴스드는 LPG에서 나오는 프로판으로 플라스틱과 단열재 원료인 프로필렌을 생산할 예정이다.
 
프로판은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색 가스통 안에 든 물질로, 최근 도시가스 보급률 증가로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LPG 차량의 폐차시기 도래와 차량 연비개선 등의 여파로 LPG에서 나오는 부탄마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SK가스가 프로필렌 생산을 통해 내부 수요를 늘리기로 한 것도 갈수록 악화되는 수급환경에 대한 자구책의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달 초에는 725억원을 투자해 SK D&D를 인수했다. SK D&D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개발과 운영사업을 하는 업체로, 전라남도 영암 F1경기장과 대구 하수처리장에 각각 태양광발전소를 개발했다. 현재 전북 남원과 전남 영암의 태양광발전소 2곳을 운영하고 있다.
 
또 제주도 가시리에 30MW(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건립 중이며 연내 상업발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간 신사업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가스업계 1·2위 업체가 동시에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선 것은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LPG는 LNG(액화천연가스)와 전기 등으로 에너지원이 분산되면서 수요가 줄고 있다.
 
실제 한국석유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LPG 판매량(가정·산업·운수·도시가스 포함)은 295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연간으로는 지난 2012년 696만2000톤에서 2013년 633만6000톤으로 9%나 감소하는 등 매년 역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가스업계는 LPG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고 보고 원료 도입처를 다변화해 원가를 낮추거나 새로운 수익처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PG는 향후에도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LPG 업체들은 관련 사업을 확대하거나 다른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식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한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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