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점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표현을 마지막으로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포기했다. 지난 5개월간 KB사태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표현도 나온다.
임 전 회장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대표이사 해임 후에도 유지해온 등기이사직을 내놨다. 명예회복과 진실 규명, 복직 가능성을 모두 접은 것.
하지만
KB금융(105560)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종의 '계엄령' 상태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금융위의 중징계 결정에도 임 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금융감독원은 KB금융 및 계열사에 수십명의 감독관을 파견하는 동시에 임 전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들을 검찰 고발했다.
당국에서는 지주사, 은행이 통상적인 경영활동을 그대로 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KB금융에 계엄령이 내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감독관들은 각 회사에 상주하면서 경영상황을 상시 감시하면서 현장지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주와 국민은행, 국민카드 3곳에 12명의 검사역을 투입해 임 회장의 위법행위를 중점적으로 찾고 있다.
임 전 회장이 정부와의 소송을 모두 포기하고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하더라도 아직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한 추가 징계와 주전산기 교체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KB금융 이사회에서 임 전 회장의 해임안을 의결했을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KB금융에 대한 비상대응체제와 금융감독원 감독관은 유지하기로 밝힌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임 전 회장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으니 당국도 임 전 회장을 검찰 고발한 것이나 KB금융에 대한 조치에 변화를 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당국은 부정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든 불안요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확실한 변곡점이 없는 한 검사역이나 감독관 파견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임 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혹시나 조직 내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며, 새 회장의 선임과 별개로 KB 이사회 조차 전원 교체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KB 이사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본격 가동해 내달 말까지 새 회장을 선출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차기 회장과 국민은행장 겸임 여부를 놓고 내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태다.
노조 등은 쓸데없는 권력싸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행장-회장 겸임이 필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회추위에서는 회장-행장 분리체제가 맞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차기 회장이 선출되더라도 KB금융 이사회의 퇴진 여론이 고개를 들 전망이다.
이미 국민은행에서는 김중웅 이사회 의장이 경영정상화 시점에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은행 이사진이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만큼 지주사 이사회도 퇴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새 회장을 무사히 앉힌다고 KB가 경영정상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론으로 봐서는 KB금융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이사회 문제까지 해결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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