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내달 21일 새로운 '도서정가제'의 시행에 앞서 시행령 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정되는 도서정가제는 제도상 허점을 악용할 여지가 많아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이라는 입법 목적을 살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3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정기국회에서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내달 21일 시행령이 공포된다. 이 법은 신간과 출간 후 18개월이 지난 구간 모두 15% 이상 할인할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재 신간은 최대 19% 할인할 수 있고, 구간은 할인 제한이 없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인 '할인 폭 규제'를 살펴보면 이러한 목적이 달성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할인 폭 규제는 가격 할인 10%와 정가의 5%에 해당하는 경제적 이익(무료배송, 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등) 5%를 포함해 15%까지 할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판 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법의 틀(가격 할인 10%+경제적 이익 9%)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온라인 서점에 유리한 시장 구조가 대체로 유지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자본력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형 온라인 서점과 달리 동네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이러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런 내용은 출판·유통업계가 지난 16일 공청회를 열어 이 법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뒤 지난 21일 문체부가 "전향적으로 수용했다"고 밝힌 내용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앞서 출판·유통업계가 문체부에 요구한 사안 중 ▲오픈마켓을 '간행물 판매업자'로 규정 ▲임의 세트 도서 구성·판매의 정의 명확화 ▲기증 간행물을 중고 서적 유통 대상에 포함 ▲외국에서 발행된 간행물의 범위 규정 ▲중고도서, 리퍼 도서 할인 판매, 폐업 출판사 도서 재정가 등은 대체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무료 배송·카드·통신사 제휴 할인 규제'는 "법률 개정 사항"이라며 문체부는 한발 물러선 입장을 내놨고, '과태료 강화' 또한 기존 1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밝혀 업계의 기대치였던 200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지역 서점주들이 공청회에서 주장한 '공급률' 관련한 내용도 이번 합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급률이란 일종의 도매가인데, 출판사들이 책을 유통할 때 대형서점에 더 저렴하게 공급하므로 동네서점에 불리하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5%로 할인폭을 제한하는 내용 중 간접할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제휴사 할인을 규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온라인·오프라인(동네) 서점 경쟁의 형평성을 만들겠다는 법의 취지가 무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돼야 한다"며 "빠져 나갈 구멍을 다 만들어놓고 무슨 도서정가제냐"라고 되물었다.
앞서 문체부가 내놓은 '규제영향분석서'를 보면 "현행 도서정가제는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정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도서가 많고 할인율이 높아 ▲염가할인 경쟁 ▲도서의 가격거품 ▲신간발행 저하 ▲신인작가의 저작욕구 저하 ▲중소출판사 도태 ▲지역서점 감소 등으로 이어져 도서정가제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문제점이 개선될 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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