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국회 각 상임위의 부처별 예산 심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포상금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간접노출해 물의를 빚고 있다.
10일 공정위는 담합 신고자 2명에 역대 최대 포상금인 2억70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포상금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한지 일주일만이다.
공정위는 "올해 적발·제재한 카르텔 사건 가운데 과징금 100억원 이상이 부과된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 역할을 한 신고자 2명에 각각 1원3500만원씩을 포상키로 했다"며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된 2002년이래 단일 사건에 대한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공정위가 신고자 관련 정보를 직접적으로 노출한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신고자 인적사항이나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공정위가 그간 밝혀온 사실과 묘사된 사건의 전말만으로도 해당 포상 건이 지난 8월 적발된 특정 제조업체들의 입찰 담합 건임을 알 수 있다.
공정위가 올해 처리한 카르텔 사건 가운데 과징금 100억원 이상(200억원 이하)이 부과된 사건이 6건에 불과한데다,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벌인 일부를 제외하면 포상 대상으로 오를 수 있는 사건은 1~2개로 좁혀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정위는 해당 사건 당시 동 사건의 신고자들을 포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발주자의 신고가 한번 있었고, 개인자격으로 신고가 한번 더 있었다"면서 "업체 내부직원"이라고 밝혔다. 이어 "포상금은 내부 포상금 고시에 따라 최종의결서가 나간 뒤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이처럼 무리하게 공익신고를 공개하고 나선 데는 포상금 관련 예산을 증액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년 예산에서 ▲포상금 ▲연구용역 ▲송무 등 3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증액시킨다는 목표다.
그런데 그간 집행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공정위 담당 상임위인 정무위원회가 포상금 관련 예산 증액에 빗장을 걸자 포상금제 강화방침을 밝히고 신고자까지 간접적으로 노출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그간 고수해 온 "포상금 관련 사건번호 비공개 방침"과도 상반된다.
예산 증액을 위한 숨은 의도는 공정위가 포상 실적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것이 이례적이라는 대목에서도 드러난다.
공정위는 신문고시 위반 사건 신고자에 포상금을 지급키로 관련 법을 개정한 2005년 3월30일 이후 약 1년여 간 2~3개월에 한번꼴로 포상 관련 보도자료를 집중적으로 냈다. 그러나 제도의 정착화와 함께 보도자료 배포를 차츰 줄여나갔고, 이번과 같은 포상 실적 홍보는 2007년 이후 7년 만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2년 4월 "1억 이상의 포상금을 벌 수 있다"고 광고하는 파파라치 양성학원에 대해 피해주의보까지 발령한 바 있다. 그런데 예산이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지자스스로 경고하던 것과 유사한 행위를 직접 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신고포상자와 리니언시는 밝히지 않는 것이 방침"이라며 해당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역대 최고액의 포상이 주어졌기 때문에 보도자료가 나간 것"이라며 "예산 증액과 관련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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