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IT벤처업계에서 해외진출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를 근거지로 하는 한인계 벤처캐피탈 '알토스벤처스'가 내수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짚어 눈길을 끈다.
25일 알토스벤처스의 한킴 대표는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세계적 벤처행사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2014’에서 ‘나는 한국에 베팅했다’라는 주제로 국내시장에 대한 견해를 공유했다. 이 자리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안성우 채널브리즈 대표, 에릭킴 골드워터캐피탈 대표가 참여,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가 한국시장에 낙관론을 갖는 것은 기본적으로 넓은 시장 규모 때문이다. 상위 25개 도시인구를 더하면 약 3500만명으로서 미국과 거의 비슷하다. 특히 전자상거래 시장은 40조원에 육박하는데 이는 인구대국이자 IT강국인 인도가 5년 뒤에나 따라잡을 수 있는 수치다.
즉 시장이 작아서 기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기업 역량이 부족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큰 회사가 나올 수 없다고 단언하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모델이라면 조단위 기업가치를 지닌 벤처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트폴리오사(피투자사)인 쿠팡은 해외진출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기업가치 1조원을 돌파했다. 이제 국내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수준차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한킴 대표는 한국시장에 투자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고충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먼저 알토스벤처스 펀드에 출자하는 미국 LP(유한책임투자자)들이 국내시장에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투자폭을 늘리기 위해 LP와 의사소통하는 과정에서 꼭 북한이나 전쟁위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며 “최근 가시적 성과로 우려가 상당 부분 사라지긴 했지만 설득기간이 꽤 길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제상환(Redemption)에 대해 벤처기업들이 지나칠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데 의아했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강제상환은 투자자가 도덕적 해이 등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조항이다.
이에 대해 한킴 대표는 "대부분 투자회수(EXIT)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이뤄질 정도로 국내 투자환경이 정체됐기 때문에 (안정성 확보를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라 분석했다.
그는 “당장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조단위 기업가치를 지닌 벤처로 성장할 수 있다”며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을 응원하는 말로써 발표를 마무리했다.
◇ 스타트업 네이션스 서밋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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