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내리고 저물가인데 공공요금만 올라
2014-12-02 17:58:39 2014-12-02 17:58:4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국제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석유류 제품 가격도 떨어지고 소비자물가도 내림세다. 하지만 저물가 흐름에서도 공공요금은 오르기만 해 빈축을 산다.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배럴당 69.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1일 배럴당 95.86달러를 기록한 후 석달째 하락세다.
 
국제 유가가 하락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도 석달 동안 꾸준히 내려 리터당 1700원대 초반을 기록했고, 지난달 석유류 제품 가격은 전달보다 2.7%,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7.7% 떨어졌다. 석유류 가격은 9월 5.7% 내렸고 10월에 6.2% 떨어지는 등 하락폭이 커졌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도 저물가 분위기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보다 1.0%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전달과 비교해 0.2% 하락한 것으로 9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세다. 또 25개월째 1%대 저물가 행진을 이어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음 달 물가도 1%대 초반의 상승률을 지속할 것"이라며 "국제유가는 양호한 수급여건으로 인해 당분간 낮은 가격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유가와 석유류 제품값이 떨어졌지만 공공요금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25%(250원~300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교통카드 기준으로 1050원인 현행 대중교통 요금은 최대 1350원까지 오른다.
 
(사진=코레일)
 
또 인천교통공사는 내년부터 도시철도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앞으로 인천에서 기본구간 전철을 타면 교통카드 기준으로 1250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경기도 안성시와 이천시, 경북 영천시 등은 내년부터 수도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안성시의 요금 인상폭은 423%, 이천시는 143%다. 영천시는 10%대 인상안을 검토 중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내년부터 담뱃값을 지금보다 2000원 인상하는 방안에 합의했고,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각종 지방세를 올리는 문제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서민 체감물가의 지표인 공공요금이 연이어 오르자 그나마 낮은 물가 인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국제유가가 물가 인상을 낮췄지만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 공공요금 인상분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어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민 주머니를 털어 재정을 충당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시내버스 사업비 가운데 연료비 비중은 20% 수준이며, 다른 지자체 역시 이와 비슷한 사정인데, 공공요금 가운데 연료비의 원가부담은 크게 줄었음에도 지자체와 공기업은 오히려 돈이 모자란다며 요금만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공공요금 인상이 정말 필요하면 인상 필요성과 인상률, 인상 근거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면 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은 무시한 채 일방적인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예산처 관계자도 "장기적으로 저물가 흐름은 계속되도 공공요금이 오르면 시민들은 여전히 물가 사정이 나쁘다 여길 것"이라며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350원 오르는데 공공요금이 그보다 더 많이 오르면 실질 임금상승 효과가 전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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