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금감원 임원들의 씁쓸한 퇴장
2015-01-16 18:04:28 2015-01-16 18:04:28
[뉴스토마토 서지명기자] "남일 같지 않네요." 한 금감원 직원이 토로한다. 
 
금융감독원 임원급인 부원장보 4명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9명의 부원장보 가운데 부원장 승진자 외 7명 중 4명이 퇴임하면서 6명을 신규로 선임하게 됐다.
 
진웅섭 금융감독원 원장이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나서야 부원장 인사를 마무리지은 뒤 부원장보 인사를 놓고 소폭 또는 중폭의 물갈이설(說)이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9명 중 6명의 임원이 바뀌는 중폭 이상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같은 인사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는 "너무한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4월 승진해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임원도 있고, 나머지 부원장들도 임기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이들 중 2명은 지난해 말 금감원 직원들이 꼽은 리더로 뽑히기도 하는 등 대내외적인 평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관피아 논란으로 강화된 공직자윤리법으로 인해 금감원 퇴임 임원들은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곳에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다. 이들은 사실상 짐을 싸서 '집'으로 가야한다.
 
한 금감원 직원은 "요즘은 퇴임 이후 마땅히 적을 둘 곳이 없어지면서 빠른 승진을 오히려 꺼린다"며 "예전에는 선배들이 빨리 나가줘야 승진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는게 편치만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임원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그는 "아직 대학생 딸이 졸업도 못했고 전세집 대출금도 못갚았다"며 "임원이 됐다고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지만 남의 속도 모르는 소리"라고 전했다.
 
또 다른 임원은 임원이 되면서 자녀들에게 "3년 이내 결혼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현직에 있을 때 자녀들 시집장가 보내는게 꿈이었지만 오히려 임원의 자리에 있으면서 자식들 결혼시키다 괜한 구설에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고위직에 있는 분들의 운신의 폭이 너무 좁고 과도한 청렴성을 요구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떄가 있다"며 씁쓸해했다.
 
정부 고위직들의 특혜성 재취업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선배들의 씁쓸한 퇴장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업무에 대한 열정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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