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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전세 비수기가 사라졌다. 여름과 겨울, 이사하기 불편한 계절 전세값은 약세를 보였지만 몇년 전부터 그런 현상을 보기 힘들어졌다. 전셋값은 계절에 따른 큰 하락없이 오르거나 더 오르거나를 반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6주간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48% 올랐다. 서울은 0.65% 상승했다. 겨울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11월에서 이듬해 1월은 추운 날씨로 이사가 불편해 전셋값이 하락하는 시기였다. 학년이 바뀌는 시기로 강남8학군과 같은 일부 학군 선호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는 비수기로 분류돼 왔다.
전세시장에서 겨울 비수기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기점은 2010년 경이다. 전세난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다.
2010년~2015년 겨울 비수기 전국 전셋값은 연평균 1.7% 올랐다. 서울은 1.8% 상승했다. 6년 중 겨울철 하락세를 보인 해는 없다.
반면, 앞선 6년, 2004년~2009년 겨울 비수기에 전국 전셋값은 연평균 0.4%씩 하락했다. 서울은 0.8% 떨어졌다. 6년 중 3년은 하락, 3년은 강보합세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시장에 수급균형이 어느정도 맞았던 시기에는 학군선호지역 외에는 계절을 많이 탔지만 현재 만성적인 공급부족으로 연중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짝수해 법칙과 같은 전세시장의 가격법칙도 비슷한 시기에 깨졌다"고 설명했다.
겨울 비수기 실종의 큰 원인으로는 전세집 수급불균형의 붕괴가 꼽힌다. 봄이사철을 대비해 전세수요자들이 겨울철 미리 시장으로 나와 전셋집 선점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가 전세시장의 수급불균형을 불러왔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떨어진 잠재매수수요가 주택구입을 포기하고 세입자로 눌러앉으며 전세수요층이 두터워졌다. 반면, 집값 하락으로 보증금 재투자처를 잃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됐다.
지방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진행된 공급 감소현상 누적이 주택 부족현상으로 나타나며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서초구 제일공일 관계자는 "설 명절에도 물건만 있다면 전세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전세시장에서는 계절과 시기에 따른 비수기라는 말이 무의미해졌다"면서 "시장에서 전셋집은 갈수록 줄고 있어 여름, 겨울 전셋집을 미리 알아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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