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히스테리
오늘 부는 바람은
2015-01-21 10:12:03 2015-01-21 10:12:03
 
◇야누스 상상도
 
지난해를 돌이키는 아쉬움, 새해를 앞둔 설렘을 한꺼번에 느끼는 일월 초다. 고대 로마가 ‘시작과 끝의 신’이라 모신 야누스(Janus)를 어원으로 하는 일월(January), 원래 그런 땐가 보다. 시작의 설렘과 끝의 아쉬움의 양가적 감정, 그 표정이 바로 야누스다. 그 이중적 특징을 따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더러 야누스적이라 부르기도 한다. 스스로 돌이키면, 누구나 그런 면모가 있음을 안다. 국가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국가는 서로 혹은 스스로 이중적인데, 그 정도가 아메리카만한 데는 드물다. 거기 대통령 오바마가 북한 제재를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른바 ‘비례적 대응1’이다. 자국 영화사 소니픽처스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해킹을 크게 당했다는 게 이유다. 개봉을 앞둔 영화가 김정은을 암살하는 내용이므로 북한을 용의 선상에 둘 수는 있다.
 
문제는, 근거가 부실한 데다 증거도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소니픽처스에 앙심을 품은 내부 사람의 짓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나름의 일리가 있다. 아메리카는 한반도에 모처럼 온 평화적 분위기에 헤살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전략적 인내2’랍시고 북한의 핵 개발을 멀뚱히 지켜보는 정책을 고수하더니, 느닷없이 히스테리를 부리는 까닭이 뭘까.
 
돌이켜보면, 한반도가 분위기 좀 잡을라치면 늘 초 치는 아메리카였다. 옛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후 이른바 탈냉전, 남한과 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비핵화선언’에 서명했다. 이듬해 서울과 평양을 오가는 회담이 백 번에 달할 정도의 좋은 분위기가 따랐다. 그때 느닷없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에 특별사찰(여기저기 뒤지는 일)을 요구했다. 아메리카의 뜻이었다.
 
북한은 경기를 일으켰고, 비핵화선언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 후에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탄력을 받자, 부시 정부는 ‘북한의 땅굴 속 핵 재처리’ 운운하며 주변을 을러댔는데, 거짓이었다. 아메리카와 북한이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서로 맺은 ‘제네바 합의(1994)’ 또한, 부시 정부의 거짓 으름장(고농축 우라늄의 존재) 탓에 깨졌다.
 
북한이 핵을 한두 개 만들어봤자 태평양 너머를 타격할 순 없다. 다만 북한이 핵을 단 하나만 가져도 주변국에 아주 큰 위협이 된다. 그걸 빌미로 북한 주변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무기도 팔 수 있는 아메리카다. 반면 단 하나도 없다면, 남한과 일본 등은 아메리카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핵우산)를 줄일 수 있다.
 
생각건대, 그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의 핵 개발 수준이 태평양을 건널 수 없을 만큼까지의 ‘인내’요, 북한의 핵을 죄다 없애진 않음으로써 그 주변을 무기시장 및 군사무대로 써먹으므로 ‘전략적’이다. 제네바 합의 때도 원래 있던 북한의 핵은 손대지 않았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 '야누스' 앞에 가장 곤란한 남한의 현 정부다. 내세울 만한 업적을 남길 마지막 기회, 집권 3년 차에 들어섰다. 알다시피 공약의 이행 대부분이 어려워졌다. 대북 관계에서 눈에 띄는 흔적을 남겨야만 한다.
 
북한은 미얀마와 더불어 아시아의 마지막 저임금 국가인 데다,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인프라 건설 수요도 크다. 러시아가 북한의 철도를 현대화하고 지하자원을 개발키로 했다. 일본도 넘성넘성 기회를 엿본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서구 자본은 북한을 마지막 투자처로 본다고 한다. 현 정부가 사태를 이대로 방조할 시, 경제적 실리는 물론 민족 문제 앞에 게을렀다는 역사적 심판을 피할 수 없다.
 
처음 아닌 아메리칸 히스테리, 요번이 유난히 느닷없고 그 이유도 빈약할 뿐이다. 해킹 사건이 없었다면 조용히 묻힐 영화 한 편 때문에 모처럼 온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마라. 올해로 일제에서 벗어난 지 그리고 외세가 나라를 가른 지 70년째다.
 
서종민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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