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디폴트 위기 '급증'..해법은 메르켈
2015-02-02 14:59:37 2015-03-06 14:33:3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 재무장관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채무 협상을 둘러싼 우려감이 한 층 더 고조됐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야니스 바루바키스 그리스 신임 재무장관은 파리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달 말이면 172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종료되지만,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과 추가 협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마치 약물 중독자가 다음번 주사를 기다리듯 그리스는 지난 5년간 구제금융을 지급받기 위해 살아왔다"며 "이번 정부는 그런 중독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한 달 안에 유로존 채권자들에게 채무 조정을 위한 새로운 조건을 제안하고 오는 5월 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총선 공약대로 협상 기일을 뒤로 미뤄 경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그리스 정부는 그사이 필요한 은행 지원금은 ECB로부터 조달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 채권단은 그리스 정부의 재협상 요구를 일축했고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함부르거 아벤트라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민간 채권자들과 은행들은 이미 수십억유로의 그리스 부채를 탕감해 줬다"며 재협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이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통신)
 
오는 28일까지 구제금융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지원해 주는 곳 하나 없이 홀로 남게 된다. 그러면 만기일에 맞춰 부채를 다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유로존에서도 나와야 한다. 
 
유로존 관료들은 그리스가 다음 달 IMF에 갚기로 한 43억유로는 감당할 수 있지만, 6월로 예정된 30억유로의 채무는 갚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가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버리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의 협상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IMF와 달리 유럽 통합을 중시하는 메르켈과의 협상이 더 수월할 것이란 점에서다.  
 
유로존의 한 선임 관료는 "유로존 구성원 모두가 구제금융 협상이 이루어지길 원한다"며 "그러나, 호전적인 말이나 행동은 그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스 은행권의 자금 부족 현상이 심화된 점도 문제다. 급진좌파 시리자가 집권 한지 한 주 만에 그리스 은행 시가총액의 40%가 증발해 그리스 은행들은 돈맥경화에 걸렸다.
 
그리스 정부의 계획대로 ECB가 은행권에 자금을 자원해줘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지난 31일 비토르 콘스타치오 ECB 부총재는 " 그리스 부채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는 트로이카에게 빌린 채무를 갚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만약 그리스 정부가 자국 은행들에 수혈할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막고자 그리스 중앙은행이 급한대로 옛 그리스 통화인 드라크마를 찍어내 민간 은행에 제공하면 '그렉시트' 우려가 현실이 될수도 있다. 그렉시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말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는 것은 그 안에서 누렸던 경제적 혜택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금융권을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국채 금리가 폭등할 위험성도 있다.
 
반면, 오히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로저 부틀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사는 "그리스 통화가치가 절하되면 제조업·서비스 수출 기업이 엄청난 수익을 거둘 것"이라며 "수입가격이 폭등해 국내 생산품 수요가 늘어나고 관광산업은 활기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국내 기업 경기가 호전되면 세수도 늘어나 긴축이 없어도 빌린 돈을 다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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