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이충희기자]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증세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국내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직접적 언급은 회피하며서도 '반대'에 대한 속내마저 감추지는 않았다.
11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주요기업 투자간담회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산업은행,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법인세 인상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정부와 직접 대면하는 자리인 만큼 "법인세 증세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해결할 문제"라며 공을 떠넘겼다. 아무래도 부담이 작용한 모습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법인세 증세와 관련해 "노코멘트"라면서 말을 아꼈다. 이상운 효성 부회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낮춰야 기업 입장에서는 더 좋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상 대신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
김진일 포스코 사장은 "내가 직접 말하기에는 입장이 그렇다"고 에둘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CEO는 "전경련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서 경제단체가 적극 나서 법인세 증세 논란을 차단해 줄 것을 주문했다.
CEO들은 올해 투자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의 투자 주문에 적극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올해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해 석유화학부문의 SAP(고흡수성 수지) 8만톤 및 AA(아크릴산) 16만톤 증설, 정보전자소재부문의 OLED 조명, 전지부문의 중국 자동차전지 공장 신설 및 폴리머전지 증설 등에 1조79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전년 대비 13.3% 증가한 규모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역시 "지난해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해외사업부문인 타이탄케미칼은 올해 크래커 관련 추가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우즈베키스탄 올레핀 화학단지 프로젝트를 비롯해 현대오일뱅크와 합작사를 설립해 혼합자일렌(MX) 공장 건설 등을 진행 중이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올해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다만 이를 확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의 사업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아직 올해 투자계획 최종 조정을 끝내지 못했다. 다음달 초 예산을 확정한 뒤 중순쯤 투자계획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부는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제조업체가 착수할 공장 신·증설 투자프로젝트의 규모가 약 34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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