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첫 슈퍼 주총데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68개 상장사가 무더기로 주주총회를 개최한 13일, 각 기업들의 사정에 따라 주총장 분위기도 엇갈렸다.
지난해 실적 부진 등으로 대체적인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불황 속에서도 개선된 실적을 올린 일부 기업들은 밝은 분위기 속에 주주총회를 마쳤다. 다만 속전속결로 30여분 만에 주주총회를 서둘러 마친 모습은 여전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처음으로 주주 친화적인 분위기로 주총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예년과 달리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주주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주주들과 마주볼 수 있도록 경영진의 좌석배치도 변경했다.
또 주요 경영진이 지난해 실적과 올해 전략을 상세히 보고하는 등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주총 시간도 지난해에 비해 1시간가량 길어졌다.
이날 일부 주주들이 사외이사 선임 기준과 이사진의 보수 내역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지만, 대부분 주주들의 동의와 재청으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이번 주총에서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사외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전부지 고가매입 당시 경영진 결정에 대한 견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곧 시장의 신뢰 추락과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예상대로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주가 하락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한 일반 주주는 "현대차 주가가 지난해 초와 비교할 때 상당히 떨어졌다"며 "세계 경기와 엔저를 감안하더라도 현대차의 주가 수준이 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증시 상장 후 첫 번째 주주총회를 연
제일모직(028260)은 몰려든 일반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70여명의 일반 주주들이 참석해 100여명이 서서 총회를 지켜볼 정도로 붐볐다.
높은 관심만큼 주주들의 기대도 컸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상장 후 첫 주총이라 참석해보고 싶었다"며 "배당이 없어서 아쉽지만 상장하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고, 앞으로 사업도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012450)은 매각을 반대하는 노조와 이를 저지하려는 사측의 실랑이로 주총이 얼룩졌다. 주총이 열린 경기도 분당구 성남상공회의소 주변에는 노조 200여명과 경찰병력 200명 이상이 몰려 한때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물리적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측이 노조의 주총장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9시 총회 시작과 동시에 출입문을 봉쇄하면서 일부 늦게 도착한 주주들과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포스코(005490)는 무난히 주총을 마무리했지만 주총 말미에 포스코건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이완구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커졌다.
주주들은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개선에도 순이익이 감소한 지난해 경영실적과 올해 역시 녹록치 않는 경영환경에 불안감을 피력하기도 했지만, 예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실시한다는 소식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몸집 불리기와 함께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현대제철(004020)은 30여분 만에 모든 안건을 100% 찬성으로 가결하며 밝은 분위기로 주총을 마쳤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95% 이상 급증했으며, 고부가 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영업이익률 면에서 처음으로 포스코를 앞질렀다.
이외에 현대모비스, LG화학, LG상사, LG디스플레이, 삼성중공업, 삼성SDS, 삼성전기 등도 별 탈 없이 30여분 만에 모든 안건을 가결시키며 속전속결로 주총을 마무리했다.
◇1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회장이 주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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