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다시 반복이다. 공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는 현재 정부 지분이 없는 순수 민간기업이지만,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어김없이 잔혹사에 시달려야만 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수반됐던 검찰수사와 세무조사는 경영진의 교체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이번 검찰 수사는 계열사인 포스코건설로 시작됐지만, 검찰의 칼끝이 정준양 전 회장을 비롯해 MB정권 실세들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은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의 잔혹사는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황경로, 정명식,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 등 대부분의 CEO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박 명예회장은 1992년 말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회장직에서 퇴진했다. 이어 포스코 수장에 오른 황경로 전 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취임 6개월 만에, 정명식 전 회장은 1년 만에 사임했다.
유상부 전 회장과 이구택 전 회장도 중도에 퇴진했다. 유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됐고,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세청장에게 로비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자진 사퇴했다.
이어 7대 회장으로 선임된 정준양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의 포스코 수사 등이 본격화되면서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정 전 회장은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15년 3월까지 남아 있었다.
정 전 회장의 경우 2008년 12월 포스코건설 사장에 오른 뒤 불과 석 달 만에 포스코 회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정 전 회장이 MB정권 최고 실세로 불렸던 영포라인의 힘을 빌려 포스코 수장에 오른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도움이 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포스코의 악화된 재무구조와 부진한 경영실적이 정 전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아울러 조기 자진사퇴할 것으로 예상했던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정 전 회장이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면서 포스코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결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정 전 회장이 굴복하면서 임기를 채우는 데 실패했다.
포스코의 잔혹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8대 수장으로 취임해 올해 2년차를 맞은 권오준 회장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포스코 잔혹사라는 꼬리표가 자꾸만 발목을 잡고 있다. 자신은 물론 그룹의 안녕도 낙관하기 힘들게 됐다.
특히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포스코건설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로 예정돼 있다. 건설시장의 상황에 따라 증시 상장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선언했던 권오준 회장의 쇄신에도 일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