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작하며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시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부양책 시행 초기 물가는 점진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정책 당국은 여전히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민간의 시각은 다르다. 일본은행(BOJ)이 이달에라도 추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일 BOJ는 물가 상승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기대가 3개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만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 기업들은 1년 후의 물가상승률이 1.4%에, 3년 후의 물가상승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2월의 조사때와 같은 결과다. 5년 후의 물가 전망을 묻는 질문에서는 앞선 조사때 보다도 0.1%포인트 낮은 1.6%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내에 2%의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무색케하는 내용이다.
BOJ는 17년만의 소비세율 인상을 앞둔 작년 3월 단기경제관측(단칸) 지수 조사 항목에 기업의 물가 전망치를 포함시켰다. 기업들을 통해 물가 상승 기대를 확인하고 이를 정책 사용의 참고 자료로 활용코자 했지만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을 점차 잃고 있다는 정반대의 결과를 얻고 있다.
일본 물가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저유가 추세와 실질 임금 하락으로 물가상승률 목표치에 도달하는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발표된 일본의 2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2.0% 상승했지만 직전월의 2.2%보다는 둔화됐다. 소비세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0%로 2013년 5월 이후 21개월만에 처음으로 물가상승세가 멈췄다.
◇일본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 추이(자료=investing.com)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경제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추가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아베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야마모토 코조 자민당 의원이 나서 "일본 경제는 정체돼 있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BOJ가 두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경기부양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며 "자산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추가 부양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빨라질 경우 수입비용 증가로 역효과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무토 히로아키 스미토모미츠이자산운용 선임이코노미스트는 "현재 경제 상황이 BOJ가 예상한대로 움직이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추가 부양이 필요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BOJ의 마지막 부양책은 작년 10월로 당시 BOJ는 본원통화 규모를 연간 80조엔까지 늘리기로 했다. 차기 회의는 오는 7~8일 양일간이며, 이달에는 30일에도 한 차례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 때에는 BOJ의 경제와 물가 전망치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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