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세입자 위해 보증금 내린다..대신 월세 더내라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방안에 LH임대아파트 '보증금 월세 전환' 허용
2015-04-07 16:13:24 2015-04-07 16:13:3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교통부가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아파트의 보증금을 낮출 수 있는 정책안을 내놨다. 대신 내려가는 보증금만큼 월세를 더 받기로 했다. 
 
이는 유일호 신임 국토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은 서민 주거비 완화 방안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윗돌을 빼 아랫돌을 괴는 형국이란 지적이 일고있다.
 
지난 6일 국토부가 발표한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방안에 따르면 LH 임대주택에 대해 보증금의 월세 전환을 허용키로 했다.
 
이번 방안에는 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 디딤돌·저소득자월세·버팀목 대출 금리 인하 등이 담겼다. 대부분 이전 정책을 보완·개선하는 수준이다. 유 장관 취임 후 새롭게 도입한 정책은 'LH 임대주택 보증금 월세 전환 허용'이 유일하다.
 
국토부는 7월부터 4%의 전환율을 적용, 보증금이 낮아지는 만큼 월세를 올릴 수 있게 했다. 현재 LH는 월세의 보증금 전환만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증금 3900만원에 월세 27만원의 임대주택이라면 보증금을 700만원에 월세 37만7000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방안으로 제안됐지만 월납입금 증가로 오히려 부담만 커지게 만든다. 실제 월세의 보증금 전환을 신청할 세입자가 얼마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LH는 지난해 다세대 매입임대주택 4000여가구를 대상으로 보증금의 월세 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보증금의 월세 전환 사례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시범사업이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세대주택으로, 국토부의 이번 정책은 보증금 규모가 큰 임대아파트가 대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때문에 국토부는 임대아파트 보증금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 세입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공공임대아파트에 4% 임대료 전환율 적용을 통해 6~8% 수준의 민간 전환율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LH임대아파트에 전환율 4%를 적용해 민간의 전환율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보증금 자체가 부담이 되는 분들도 있고, 보증금 일부를 빼 다른 용도로 사용해야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주거비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무주택서민의 '내집마련' 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해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공공임대주택은 월세 부담을 최소화 해 장기적으로 세입자의 자가주택소유 능력을 향상시켜는 기능을 한다. 월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꾸준히 고민돼야 하지만 국토부는 세입자의 보증금 마련 부담을 낮춘다는 명목으로 월세를 올리는 정책을 내놓았다.
 
보증금의 월세 전환은 민간에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작용을 하고 있음에도 공공임대주택에 이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또한 임대료, 입주자 모집기준 등 공공과 민간이 확연히 구분되는 임대차시장에서 공공의 전환률이 민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임대주택의 취지가 경제력이 떨어지는 사람의 주거비 지출을 줄여 장기적으로 내집마련의 기틀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보면 이를 역행하는 정책이다"고 지적하며 "보증금을 내리고 월세금을 올리는 것은 민간에서 세입자를 힘들게 하는 요인인데 공공이 이를 답습하겠다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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