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지만, 기초지식이 부족한 S씨(32세·여성)는 최근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에 가입하러 증권사 창구를 찾았다. 1년 정기예금 만기로 3000만원의 종잣돈을 어떻게 굴릴까 하다 전문가에게 운용을 맡기는 랩 어카운트로 중국에 투자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입하려 했던 상품이 이미 완판됐다는 얘기에 그는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랩 어카운트는 주식은 사고 싶지만, 일일이 종목에 대해 공부하고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목돈을 맡기면 증권사 전문 인력들이 종목을 골라 매매를 대신해주는 형식이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절대적 초저금리 기조 이후 주식연계증권(ELS)와 같은 중위험·중수익 신종 금융상품 수요가 사상 최대치로 급증하고 있고, 증권사 랩 어카운트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사 랩 증가세(자료=유진투자증권)
절세도 장점으로 꼽힌다. 랩을 통한 해외주식 간접투자에서 얻은 매매차익은 연간 250만원까지 기본공제(비과제)가 적용되며, 이를 초과한 수익은 분류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22%만 내면 된다. 무엇보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해외에 투자하면서도 환차익이 비과세인 것도 강점이다.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는 상품별로 환오픈, 환헤지형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환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환오픈형을, 환손실이 두렵다면 환헤지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최소 가입금액은 다소 부담스럽다. 증권사별 관련 상품의 최저 가입액은 3000~5000만원 수준으로, 목돈을 굴리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투자자에게 적합하다.
이렇게 직접 거래할 때보다 거래비용이 적고 내 계좌에 편입된 종목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밖에도 증권사마다 조건이 조금씩 다른 만큼 자신에게 잘 맞는 상품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최저 가입액은 물론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지, 최저 가입금액과 수수료, 계약기간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출시 이후 판매액을 살펴보는 것도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을 예상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증권사별 중국 투자 랩 어카운트(자료=각사, 판매액은 4월17일 기준)
삼성증권이 연초 출시한 '삼성 팝 골든랩-중국 본토 Growth(그로스) 랩'은 지난 17일까지 총 500억원이 판매됐다. 500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고, 수수료는 연 3.0%(분기후취)다. 한국운용의 자문을 받아 운용되는 상품으로, 한국 시장에 비해 성장성이 기대되는 중국본토 성장주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다. 삼성증권 측은 "해외주식 직접 투자의 매매차익이 양도소득세로 과세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고객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의 '위 노 차이나 랩(We Know China Wrap)'에는 출시 4개월여 만에 264억원의 가입 자금이 유입됐다.
이 상품은 중국본토의 상해A주와 홍콩H주에 투자하며, 미래 성장주, 정책 수혜주, 고배당주에 주로 투자한다. 내수를 바탕으로 성장중인 IT·인터넷·유통·소비업종과 자유무역지구 등 국자 관련 산업, 배당수익 기대주 등에 주 대상이다. 최소 가입액은 3000만원이고 수수료는 선취 1.0%, 후취 1.6%다.
김주형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금리 인하, 자본시장 개방 등 시장 친화적 정책과 함께 후강퉁 시행으로 성장성이 높은 블루칩 기업에 대한 투자기회가 확대됐다"며 "중자익적 관점에서 중국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고 조언했다.
상품이 인기를 모으며 판매액이 이미 한도를 넘은 랩도 있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연말 내놓은 '하나 중국본토 1등주 랩'은 중국본토 대표주에 장기 투자하는 상품으로, 저평가된 본토 주식에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수수료는 분기단위 후취방식으로 연 2.5%가 적용되는데 선취형으로 가입할 수도 있다. 이 상품은 최근 가입금액 한도를 넘긴 상태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적격 외국인 기관 투자자(QFII) 한도 8000만달러(900억원) 이상이 판매되면서 다른 고객이 환매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며 "고객을 위한 대안으로 최근 '중국 천하통일 1등주 랩'을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새롭게 선보인 천하통일 랩은 선강퉁이 시행되면 선전시장 종목도 편입해 운용 전략을 확대한다. 홍콩과 중국본토 시장간 가격 프리미엄 변화에 따라 저평가된 시장의 투자 비중을 높이는투자전략을 추구하는 구조다. 가입은 3000만원부터다.
정윤식 하나대투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홍콩뿐 아니라 중국본토에 동시에 투자할 수 있고, 두 시장에 대한 밸런스 투자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중국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내수산업 1등주의 경우 중국 도시화율이 53.7%인 것을 감안할 때 장기적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서보익 연구원은 "랩 어카운트 등 증권사의 다양한 금융상품은 저금리 기조와 함께 한국형 ISA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 변화로 호조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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