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가 '제2의 수지' 찾기에 나선다. JYP는 다음달 5일부터 방송되는 Mnet '식스틴'을 통해 신인 걸그룹 '트와이스(Twice)'의 멤버를 선발한다. 트와이스는 JYP가 지난 2010년 데뷔한 미쓰에이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 국내를 대표하는 대형 기획사인 JYP는 걸그룹 멤버 후보들에 대한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진행해왔다. 또 선발과 데뷔 과정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그런데 그런 JYP에도 없는 것 세 가지가 있어 눈길을 끈다.
◇연습생 이적 금지 조항 없다
가요 기획사의 연습생들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친다. 밤낮 없이 트레이닝을 받고,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테스트를 통해 실력을 평가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가수로 정식 데뷔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연습생들이 그런 기회를 손에 쥐는 것은 아니다. 경쟁 과정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은 또 다른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들의 선택지 중 하나는 다른 기획사로 자리를 옮기는 것.
기획사의 입장에선 소속 연습생들의 이적이 탐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기껏 트레이닝을 시켜놨는데 다른 회사에 가서 대박을 터트리면 어떡하냐"는 것이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일부 기획사는 연습생들과의 계약 과정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지 못한다"는 조항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JYP엔 이런 연습생들의 이적 금지 조항이 없다. 실제로 EXID 하니, 씨스타 효린, 시크릿 송지은 등은 JYP의 연습생이었다가 다른 기획사로 이적한 뒤 데뷔를 해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지난 29일 열린 '식스틴'의 제작발표회 자리에서 박진영은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세상에 연예인처럼 위험한 직업이 없는 것 같다. 순식간에 큰 돈을 벌고, 어마어마한 인기도 얻지만, 그게 영원하지 않다"며 "성공했다가 실패한 연예인들은 어딜 가나 얼굴을 다 알아보니까 막노동이나 아르바이트도 못한다. 그래서 잘못된 길로 가는 연예인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생들을 항상 돌려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10대 연습생들은 인생의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자신 있게 책임을 지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서면 다른 회사에 가든지 다른 분야에 갈 수 있도록 냉정하게 결정을 해주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소속 연예인 신비주의 없다
신비주의는 연예인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 중 하나다. 대중들에게 소속 연예인에 대한 적절한 신비감을 심어줘 해당 연예인의 상품성을 높이려는 소속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박진영은 "신비주의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며 JYP와 신비주의는 거리가 멀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박진영은 지난 1993년 데뷔한 이후 성과 사회 문제에 대한 솔직한 발언을 쏟아내는 등 신비주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걸어왔다.
이는 "길게 보면 신비주의만으로는 가수가 버틸 수 없다"는 박진영의 생각 때문.
그는 "신비주의로 잠깐 인기를 끌 수도 있고, 순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수는 결국 성실성과 도덕성을 함께 갖고 있을 때 롱런할 수 있다"며 "무대 위에서 자기 음악을 하고, 무대 밖에선 올바르게 생활하는 것이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박진영은 소속 가수들에게 신비주의를 내세우는 대신 올바른 인성을 갖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냉혹한 경쟁이 펼쳐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 걸그룹 선발하는 것이 'JYP 스타일'에 잘 맞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진영은 "연습생들이 아무리 뛰어난 노래와 춤 실력을 갖고 있어도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그 이외의 면이 안 갖춰져 있으면 언제나 회사에서 방출을 했다"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걸그룹을 선발하는 것은 그들이 여러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면서 춤, 노래 이외의 것들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net '식스틴'에 출연하는 JYP의 연습생들. ⓒNews1
◇스캔들, 은글슬쩍 넘어가는 일 없다
소속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스캔들은 연예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일부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해당 스캔들이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잊혀질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는 행동이다.
이와 관련해 박진영은 "우리 회사나 소속 연예인이 잘못해서 발생한 스캔들에 대해 은근슬쩍 넘어가는 일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가수로 데뷔를 하면서 대중들 앞에서 문제가 될 짓은 해도 뒤에서도 하지 말자고 결심했었다"는 그는 "대중들을 속이기 싫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것이 굉장히 안 좋은 것 같다. 연예계를 떠나서 사회 전체에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문제가 생기면 그냥 사과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나도 20년은 더 가수를 하고 싶은데 앞으로 분명 뭔가 실수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덮으려 하거나 넘어가려 하지 않고 반드시 짚고 넘어갈 것"이라며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도록 회사와 소속 가수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만약 실수를 한다면 가장 먼저 고백을 하고 사과를 드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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