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추구가 제일의 목표인 기업의 세계에서는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 중국 IT 산업 곳곳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예외가 아니다.
화서도시보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월 중국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의 양대 산맥인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는 전략적 합병을 선언했다. 지난해 말 기준 1억7000만여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콜택시 앱 시장의 99.8%를 차지하는 공룡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이 중 합병 전 점유율 기준 56.5%로 업계 1위인 콰이디다처는 알리바바가 약 1억 달러를 투자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43.3%의 점유율로 막강한 2인자였던 디디다처는 텐센트가 4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콜택시 앱 1위와 2위 업체인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는 지난 2월 전략적 합병을 선언했다. 사진은 기사를 모집하는 콰이디다처의 광고.(사진=콰이디다처 홈페이지)
SNS, 전자상거래 등 IT 산업의 주요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는 두 기업의 연합에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독점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도시 이동수단 시장에서 모바일 콜택시 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은데다 업종 참여자도 매우 많아 문제가 없을 것이란 논리를 제시했다. 공동 최고경영자(CEO) 제도를 시행하고 각자의 브랜드와 업무 독립성을 유지할 것이란 계획도 생산적 경쟁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IT공룡들의 연합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두 기업의 라이벌 구도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2013년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중국 내 첫 인터넷보험사인 중안보험에 각각 19.9%, 15%의 지분 투자를 했다.
작년 11월에는 중국 최대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의 지분을 8.08%씩 매입해 2대 주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핑안보험의 주식 5억9400만위안을 함께 사들였다.
IT 거물들은 이익 추구와는 다소 거리가 먼 '공익' 부문에서도 손을 잡았다. 마윈 알리바바 CEO와 마화텅 텐센트 CEO는 지난달 10일 출범한 '타오화위안 생태보호기금' 이사회 명단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환경보호라는 국가적인 사업에 뜻을 함께 한 것이다.
마화텅 CEO가 개인적인 사유로 출범 행사에 불참해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서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기금 창립 멤버 대부분이 이들의 지인들로 알려지며 두 사람의 친분이 두터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이들은 사적인 모임에 종종 함께한다"며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교류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인들에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며 "한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하는 것도 함께 생존을 모색하는 것도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평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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