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치솟으면서 유로화와 엔화 약세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지표 개선으로 금리 인상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긴축을 향해 달리는 미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은 완화를 펼치면서 통화 가치가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는 피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엔 환율, 7년10개월만에 123엔 돌파
26일(현지시간)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주는 달러인덱스는 1.35% 오른 97.41을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한주간 2.6% 급등하며 주간 기준으로 2011년 9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한 장중 달러•엔 환율은 7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123엔을 돌파하며 달러 강세, 엔화 약세 흐름이 두드러졌다.
이 뿐 아니라 유로•달러 환율은 0.9% 하락한 1.0876달러를 기록하면서 5월 들어 처음으로 1.09달러 아래로 추락했다.
이렇게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감이 재점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발표된 미국의 경제 지표가 일제히 호조를 보이자 늦어도 9월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화됐고 달러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날 발표됐던 미국의 4월 신규주택 매매, 소비자신뢰지수 등은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2분기 미국 경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최근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 역시 금리인상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금요일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며 6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날 연준의 2인자로 꼽히는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연준은 긴축 때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금리가 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찰스 아나드 노무라증권 전략가는 "지표 개선과 금리인상은 달러에 호재"라고 평가했다.
◇최근 일주일간 달러·엔 환율 추이(자료=investing.com)
◇연내 금리인상 우려에 강달러 지속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연준이 올해 안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9월, 늦어도 12월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에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미국과 반대되는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유로화와 엔화 약세는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역시 유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ECB가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브누아 꾀레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는 “5~6월에 국채 매입 규모를 일시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더욱 적극적인 부양책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 사태 역시 유로화 가치 약세를 돕고 있다. 이날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CNBC 방송에 출연해 그리스가 돌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하게 되는 이른바 '그렉시던트'의 가능성이 무려 55%~60%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는 긴축 반대를 외치는 좌파정당이 약진하면서 유로존 전반적으로 긴축 반대 움직임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 역시 유로화 약세를 돕고 있다.
또한 계속되는 부양책으로 엔화 약세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일본은행(BOJ)이 확실한 경제 회복을 위해 오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이어질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주택지표를 포함한 몇몇 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제조업과 소비 지표는 부진했고 2분기 경제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유로화 대비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베팅한 선물 순매수 규모는 3월 중순 이후로 감소하고 있다.
제임스 호스커 소시에테제너럴 전략가는 “달러가 귀환했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펀더멘탈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등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시장은 주요 경제 지표에 이전보다도 더욱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경제 지표들을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일본과 유럽의 통화 정책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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